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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7 [긴타카] 달에 쓰는 편지

 

 

 

01.

 

 

 

*사카츠라 요소가 있습니다.

 

*야토족 치비 타카스기 신스케와 세 남자가 동거하는 이야기입니다.

 

 

 

WR. 고은

 

 

“아?”

꼭 감긴 두 눈. 눈이 아플 만큼 새하얀 피부. 그것을 집어삼킬듯 진한 검보랏빛 머리. 그리고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작은 숨소리.

“즈라, 이거 뭐냐?”

긴토키는 집에 돌아와 씻고 누울 생각만 가득 품으며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하나뿐인 휴식처를 떡하니 차지한 것은,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이거가 아니라 애이지 않나.”

즈라, 아니 카츠라 말대로 어린 아이였다.

“애인건 나도 안다고? 어디서 주워왔냐는 말이야.”

“아. 그 애? 나와 즈라가 발견했으이. 아주 피떡이 되어있더구먼.”

카츠라의 어깨 너머로 사카모토가 고갤 내밀었다.

“하아? 대체 어디서? 그것보다도, 병원으로 데려가면 되잖아. 왜 내 방에 들이는 건데?”

“에… 그게…. 새벽이었기도 하고 당황해서….”

“새벽? 그러니까, 그 새벽에 어딜 간 거냐고.”

“그거야 당연히 러브 호텔이제. 새삼스럽, 읏!”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타츠마는 대꾸했다. 그러나 말을 더 뱉으려는 찰나, 옆에 있던 카츠라는 얼른 그의 발을 밟았다. 타츠마는 아픔에 발을 꼬며 카츠라를 쳐다보았다. 그는 화악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제 앞의 둘을 보며 긴토키는 이마를 짚었다.

“아아, 긴토키 그게 말이야….”

“킨토키!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었네. 그러니까….”

“바보들 말 같은 건 들을 필요도 없걸랑? 그래서, 얘 어떻게 할 거냐고!”

“으응….”

사카모토의 목소리가 커지자 긴토키의 언성도 따라서 높아졌다. 그 바람에 아이가 잠에서 깬 듯 몸을 뒤척였다. 꼬물거리는 움직임을 본 셋은 일제히 소릴 죽였다. 아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으으…. 뜨거워, 햇빛….”

그러나 그는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에 질끈 눈을 감았다. 꼭 그것을 피하려는 것처럼 몸을 뒤척이기도 했다. 긴토키는 햇빛이란 말에 고갤 갸웃거리더니 곧 무언가 생각난 듯 얼른 커튼을 쳤다. 그러자 아이는 잠잠해졌다. 그는 다시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고갤 들자 제 앞에 서 있는 세 바보의 시선이 와락 쏟아졌다.

“아저씨들은 누구야?”

“뭐야? 아저씨?!”

“아저씨가 아니라 카츠라다!”

“아하하핫! 꼬마, 일어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여?”

“…저 아저씬 너무 시끄러워. 그 옆에 있는 건 애인? 똑같이 시끄러워.”

아이는 사카모토와 카츠라를 가리키더니 듣기 싫은 표정을 하며 귀를 후볐다.

“어이, 꼬마. 그건 어느 나라에서 배워먹은 예의냐? 아주 글러먹었구만.”

긴토키는 허릴 숙여 아이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러자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크고 투명한 눈 속에 제 모습이 미치는 듯 했다.

“못생겼어.”

“아?”

긴토키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치켜떴다. 그러자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말해주었다.

“못생겼어.

“뭐야? 긴상의 어디가? 어딜 봐도 빼놓을 곳 없이 완벽하다고!”

“헤에? 아저씬 거울도 안보고 사나보네? 그게 아니면 거울 청소는 하는 거야?”

아이가 눈을 살짝 내리깔며 그래, 마치 비웃는 듯한 말투로 말하자 긴토키는 제대로 찔린 듯 했다. 그는 아직 *추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디서 그런 말은 다 배워왔냐, 그런 말 한다고 긴상의 잘생김이 무너질 것 같냐며 눈을 뒤집어댔다.

“어이, 긴토키. 그만 하게.”

보다 못한 카츠라가 그를 아이에게서 떼어놓으며 저지했다.

“그래, 바보아저씨야.”

그러면 아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톡, 던졌다.

“뭐야?! 요새 애들 무섭네. 어른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요!”

긴토키는 더욱 험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도 지지 않고 눈을 흘기며 긴토키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 때,

‘꼬르륵.’

“…나 배고파.”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소리와 동시에 아이는 배를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푹 떨구어버렸다.

“얼레,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전개야.”

“밥 줘. 나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어.”

“아? 누가 네 놈한테 줄 밥은 있다냐? 됐고, 정신 차렸으면 나가.”

“킨토키, 너무한 거 아닌감! 아직 상처도 다 안 나았다고?”

“그래. 계속 굶었다는데 불쌍하지도 않나! 이런 감정 없는 놈.”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아이는 강하게 키워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긴상은. 죽을 듯 굶어봐야 소중한 게 생기는 법이거든.”

“아아, 배고파….”

아이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들의 대화를 갈랐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쓰러져버렸다.

“아?! 어이, 꼬마! 정신 차려!”

“긴토키! 자넨 일단 물을 가져 오게. 그리고 나와 사카모토는 식을 차리겠네. 어서!”

아이를 걱정스레 쳐다보더니 카츠라와 사카모토는 먼저 방을 나섰다. 그들을 따라 긴토키도 나가려할 때였다.

“큭.”

뒤에서 들리는 웃음에 긴토키는 멈칫했다. 설마하며 뒤를 돌아보면, 이쪽을 보며 입꼬릴 비틀며 웃는 아이가 있었다.

“뭐야, 쓰러진 거 아니었어?”

“바보 같긴.”

“이 놈이…. 어디서 이런 못된 것만 배워왔냐, 앙?”

“놈 아니야.”

“뭐야?”

“타카스기 신스케야.”

뜬금없는 타이밍에 자기소개라니. 긴토키는 순간 대응할 말을 잊어버려서는 어, 아니, 아, 응 따위의 대답을 내놓았다.

“어느 쪽이라는 거야.”

“됐고. 너, 야토족이냐?”

긴토키는 쪼그려 앉아 그에게 시선을 들어올렸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타카스기의 눈빛이 일렁였다.

“새하얀 피부에 햇빛에 약한 타입. 어째서 야토족이 여기에 있어? 우주 최강이라는 종족이 왜 피를 흘리면서 이 지구에, 그것도 하필 러브호텔가에 쓰러져 있는 거냐고.”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구나, 아저씨는. 도망쳤어, 저 멀리에서.”

타카스기는 천장을 가리켰다. 천장에서 도망쳤단 말은 아닐 터다. 그러면 대체 어디서 왔다는 말인가. 긴토키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도망쳤다니, 어디서?”

“그건 알 거 없어. 그리고 내가 거기에서 쓰러지고 싶어서 쓰러진 거 아냐.”

타카스기는 말을 하면서 표정을 씰룩였다. 꼭 분해하는 얼굴이었다.

“이름도 알았고 왜 지구에 있는지도 알았으니까 이제 나 밥 줘. 진짜로 배고프단 말야.”

“쳇, 사근사근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꼬마로구만. 일단은 카츠라가 부탁한 거니까. 알겠냐? 절대로 너 같은 녀석을 위해서 주는 게 아니라고.”

“흥.”

“그렇게 나오면 줄까보냐!”

“긴토키! 뭐 하는 겐가! 어서 물이라도 떠 주게. 아예 죽일 작정인가!”

긴토키가 타카스기에게 달려들 모습으로 목소릴 높이자 등 너머로 카츠라가 소리쳤다.

“이 녀석은 이런 걸로 안 죽어. 야토….”

그 때, 타카스기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러더니 입술에 손가락을 대는 것이었다.

“말하지 마. 말했잖아, 도망쳤다고.”

타카스기는 조그맣게, 그러나 분명하게 속삭였다. 긴토키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의 팔을 떼어냈다.

“알겠다고, 귀찮은 꼬마. 기다려, 물 가져올게.”

“꼬마 아니라니까.”

“아아, 알겠습니다요. 신스케 공.”

긴토키는 타카스기를 두고 방을 나왔다. 그 뒤에서 타카스기는 빙글,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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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