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절정은 불꽃놀이

둘기님께.

WR. 고은

 

 

 

 

“유카타, 꼭이야!”

 

그렇게 당부하고 헤어진 지 1시간 째. 오키타는 문 앞을 서성였다. 이렇게 입어도 될까, 역시 다른 게 나은가 하면서 다시 거울을 보는 그였다. 대원들은 그저 홀린 듯 그 모습을 좇았다. 그들이 함께 지낸 이래 그가 저리도 고민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눈에 뻔히 보일만큼.

“어이, 소고. 그 정도면 됐다. 그러다 늦겠어.”

보다 못한 히지카타가 한마디 던졌다. 그 말을 듣더니 오키타는 동작을 멈추었다.

“…그렇죠? 고마워요, 히지카타씨.”

“어?”

그가, 히지카타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것 또한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대원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역시, 당신 충고는 사양이야. 죽어, 히지카타.”

오키타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대포를 히지카타에게 쏴주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멀리서 오키타가 보였다. 카구라는 그를 발견했으나 모른 척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오나, 안오나 흘끗흘끗 그의 모습을 확인했다.

“잠시만요.”

한 무리가 카구라의 앞으로 지나가려했다. 그녀는 주춤하며 뒷걸음을 쳤다. 그들이 지나가고, 다시 오키타가 오던 곳을 돌아보는데, 그는 없었다. 시야에서 놓쳐버린 그를 찾으려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이, 누구 찾냐.”

예의 그 목소리가 사람들 속에서 들렸다. 카구라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서 있었다.

“너…. 왜 이렇게 늦냐, 해!”

“안 늦었거든. 네가 못 찾은 거지.”

“쳇. 유카타, 입었네?”

“어? 어, 뭐. 가자.”

카구라는 오키타가 급하게 말을 돌린다고 생각했다. 부끄러운 모양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그녀는 그 웃음을 감추지 않고 그의 옆으로 따라갔다.

 

 

펑. 퍼엉-.

“와아. 이쁘다, 해.”

축제의 흥이 고조를 달했고, 모두가 한데 모여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그 속에서 카구라는 마냥 신기한듯, 황홀한 듯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오키타는 옆에서 푹 빠져든 카구라를 한번 보더니 방금 터진 불꽃으로 수놓아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흐음? 저게 어디가 이쁘냐. 꼭 사람 베었을 때 솟는 피 같은데.”

“으으, 이 사디스트! 낭만도, 분위기도 모르냐, 해!”

“낭만이라…. 낭만은, 여기 있어.”


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카구라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갑자기 다가온 따뜻한 촉감에 카구라는 두 눈이 커다래졌다. 그녀는 몸이 굳은 것처럼 고개를 돌리지도, 손가락을 까딱하지도 못했다. 

오키타는 입술을 떼고 카구라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부끄러운건지, 제게 시선을 주지 않는 카구라에게 마냥 웃음이 났다.

“너, 볼 빨개졌다.”


정말 그랬다. 그가 입을 맞춘 자리에 마치 꽃이 피듯, 뺨이 불그스름하게 번졌다. 카구라는 여전히 아무 말도 못하고 펑펑 터지는 불꽃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키타는 사랑스럽다는 웃음을 띠며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조금 움찔거리더니 카구라도 그의 손에 깍지를 꼈다. 마치 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이 퍼지는 것처럼, 두 사람의 얼굴에 행복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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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

 

 

 

 

파란 하늘, 흰 연기.

타카시님께.

WR. 고은.

 

 

 

 

 

끼이익.

등 너머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오래된 건지, 녹슨 소리가 귀를 긁었다. 연이어 슬쩍슬쩍 바닥을 끄는 소리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웬 연긴가 했더니, 네놈이냐.”

모퉁이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갤 돌리니, 타카스기였다.

“이 시간에 누가 왔나 했더니, 너냐.”

그는 가볍게 말을 무시하고 내 쪽으로 왔다.


“지금 수업시간 아니냐?”

“그래서?”

“수업 이탈 50점, 옥상 출입 30점, 교내 흡연 100점.”

“꼴에 선도부장이라고.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잖아?”

“난 예외지.”

“허? 왜 예왼데?”


그는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왔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뒷걸음이 절로 쳐졌다.

“아아? 뭐, 뭐야?”

천천히, 또 한 발자국 다가오는 타카스기에게 나는 또 한 발자국 뒷걸음을 쳤다. 툭, 등에 뭔가 부딪히길래 돌아보니 벽이었다. 이제 발 끝 바로 앞에 그가 있었다.

“왜냐면,”


그는 내 입에 물려있던 담배를 빼앗고는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그 느낌에,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 순간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가 입을 벌리는 동시에 내 입이 벌려졌다. 그 사이로 그가 슬며시 안쪽을 훑었다. 순간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올 것 같아 입을 떼려 했더니, 다른 손으로 내 뒷목을 끌어당겼다. 이번에 그는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후.”

“하아, 하읍. 뭔데, 갑자기?”

“담배. 피고 싶으니까.”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담배냐는 내 말을 또 무시하더니 그는 담배가 들린 제 손을 쳐다보았다.

“아, 다 탔네.”

“…그거 막 꺼낸 건데.”

“푸흡.”

그는 그렇게 짧게 실소를 터트리더니, 이내 소릴 내며 활짝 웃었다.


“아? 왜 웃는데?!”

“하아, 그냥. 하나 줘.”

그는 간신히 웃음을 멈추는 양을 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이상한 놈.”

나는 그에게 한 개비를 건넸고, 다른 하나를 꺼내 내 입에도 물었다. 그는 그것을 입에 물더니 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또 뭐?!”


“불.”

그는 내 담배 끝에 불을 붙여주었다. 제 것에도 붙이더니 난간으로 걸어나갔다.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흰 연기가 따라 피었다. 그리고 나도 그 연기를 따라 드리워진 그림자 밖으로 나왔다.


그는 옆에서 기척을 느끼고는 고갤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것도 잠시, 다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생긋 웃는 것이다. 또 심장이 빨리 뛰었다. 방금 전 일이 생각나 나는 얼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더럽게 파란 하늘이구만. 눈 시릴 만큼 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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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


안녕하세요, 고은입니다.

제가 트위터에서는 망나니같이 노는데... 이렇게 개인 블로그에다 글 쓰려니까 진지하게 굴게 되네요. 그게 어색하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합니다.

이렇게 따로 글을 쓰게 된 건, 제목에 쓴 이야기 때문인데요.

블로그 방문자 수가 1000명이 넘었대요...


제가 이 블로그를 열었던 게 올해 2월.. 3월? 아마 2월이었을 거에요.

사실 그 전에도 몇번 블로그를 개설했었습니다.

티스토리에서, 네이버에서, 다음에서 블로그를 열고 그 때도 지금처럼 글을 썼었죠.

그런데 처음 의욕과는 다르게 블로그 관리에 점점 소홀해졌어요.

글이나 잘 쓰면 모를까, 수준 너무너무 낮아서,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어요. 

몇 개 글도 없는 블로그인데, 그것들마저 유치하고 알 수 없는 소리만 해댔으니... 아무도 찾지 않는 건 당연했죠.


그리고 그건 이 블로그를 처음 개설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많이 와주시더니, 이만큼이나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기록적인 수치고, 감격적인 흔적이에요.


가장 많이 방문하셨던 날, 제가 얼마나 울컥했는지 몰라요.

그 즈음이, 다시 또 방황하던 때였거든요.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뭐하러 올려야하는걸까. 나 혼자만 볼 거라면 차라리 안 쓰는 게 나한테 더 편하지 않을까.

그런데 방문자 수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는데 정말로 놀랐고 감동받았습니다.

나 혼자만이 아니었구나. 그동안 나도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여길 찾아주셨구나. 내 글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나 많이 읽히고 있구나.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실런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정말로 기뻤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글 쓰길 잘했다, 앞으로도 계속 쓰고싶다. 다시 이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혼자서도 글을 쓸 수는 있습니다. 내가 내 글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만 만족해도 그만일 수 있어요.

한 때는 그 생각으로 버틴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글 쓰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글에 몰입해서 그 상황을 느끼고, 감정을 느끼며 글 속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미 그 바램은 이루어졌습니다. 저만 몰랐던 거에요.


혼자가 아니란 생각에, 저는 오늘 정말 행복합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모든 사람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유쾌한 이야기, 혹은 즐거운 이야기, 읽고 난 후에도 또 생각이 나는, 뒷이야기가 궁금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이거 꼭 연예*중계 인터뷰같은 마무리네요. 흠..

아무튼 오늘도 좋은 하루되시고 여러분 사ㄹ..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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