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일어서 있었던 그와 부딪혀버렸다. 게다가 둘 다 순간 방어하지 못한 탓에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눈을 뜨니 즈라가 위에 있었다.

 

“즈라, 머릴 잘라준 보답 치고는 격한데.”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닐세. 절대!”

“흐음.”

“왜, 왜 웃는 겐가!”

 

당황하는 그의 눈을 보자니, 또 위에서 흘러내리는 그의 머리카락이 내 볼을 간질이자니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은근히 붉어지는 그의 뺨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서도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그가 너무나 귀엽다.


그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손을 들어 그의 눈을, 뺨을 천천히 훑어 내렸다. 그리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면서 쓸어내리려는데 아까 그가 했던 말이 걸려 손이 내려오질 않는다.

 



“즈라, 짧은 머리는 싫어? …그 때, 싫었나?”

“응? 아니, 벼, 별로. 신경 쓰였어, 계속?”

“조금. 또 짧아졌으면 그 땐 네가 먼저 날…”

 

 

말하려는 그 입 다물라는 듯, 그가 내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들어오는 그의 감촉. 


그래, 네 발로 내게 다가와 주었으니, 네가 먼저 널 내게 맡겼으니 된 거다. 네가 이렇게 옆에 있으니 난 이제 아무 말도, 널 또 잃을 걱정 따위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다.

 

 

“하, 즈라. 이것도 좋은데,”

“응?”

“이게 더 좋다.”

 

 

입술을 떼고 그에게 시선을 맞추니, 조금 풀어진 눈으로 마주한다. 그게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어서, 품에 안듯 그를 감싸 안아 그대로 바닥에 눕혔다.

 

 

“타카스기….”

“응,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왜 불렀어.”

“으응. 고맙다고, 머리 잘라줘서….”

“…얼굴, 붉어졌다.”

 

 

뭐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감추려 하는 그의 고개를 살며시 잡고 입을 맞춘다. 

고맙긴, 나야 말로.





---WR. 고은 [시간의 공백] 끝.


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