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츠라] 수박 사 주세요.

2016. 6. 19. 23:25 from 은혼

 

 

 

 

수박 사 주세요.

즈라른 전력 60분 연성

WR.고은

 

 

 

 

 “긴토키, 수박 먹고 싶다.”

 “어.”

 “시원한 수박 먹고 싶어.”

 “응.”

 “수박 먹고 싶어.”

 “어.”

 “수, 박.”

 “으아아아악! 저리 떨어져!”

 카츠라가 희번뜩해진 눈으로 긴토키에게 매달리자 긴토키는 질색을 하며 카츠라의 팔을 떼어놓았다.

 “더워…. 긴토키, 수박.”

 

 

 

 가만히 있기만 해도 온 구멍에서 땀이 나오는 날씨였다. 내리쬐는 햇빛에 살갗은 타들어갈 것 같았다. 바람이라도 차게 불면 좋으련만, 아니면 차라리 불지나 말지. 야속하게 그것마저 뜨거운 온도를 실어 날랐다.


 카츠라는 내내 부동자세를 유지했었다. 그렇게 있으면 시원해질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그 옆에서 긴토키는 퍼질러 누워있었다. 손가락조차 까딱하기 싫은 표정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더위는 누그러들 기세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고갤 돌려보니 카츠라는 이미 눈이 풀려 있었다. 그러면서 수박타령을 하는 것이었다. 수박귀신이 들린 것 마냥 징징대는 소리에 긴토키는 이제 귀에 수박이 자라날 판이었다.

 

 

 “그렇게도 먹고 싶으면 니가 사와!”

 “그렇지만, 응? 밖은 덥기도 하고, 이대로 나가면 곧바로 증발해버릴 것 같고, 그도 아니면 아스팔트 위에 구워진 고기마냥 될 것 같단 말일세. 그런데도 날 내보낼 셈인건가? 아, 나 같은 거, 귀찮구나. 더운 날 고작 그 수박 하나가 뭐 그리 어렵다고 나를 사지로 내몰려는 거지? 알겠어. 갈게. 이 문 밖을 나서서 그대로 황천길로 가면 되는 거지? 하아.”

 카츠라는 퀭한 눈을 더욱 크게 뜨며 긴토키를 쳐다보았다. 긴토키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카츠라를 내려다보았다.



 “황천길 같은 소리. 안 그래도 더운데 귀찮게 시리. 간다, 가. 너도 따라 와.”

 “에? 나? 왜 나? 싫은데요. 저는 죽고 싶지 않은데요. 긴토키씨가 갔다 오는 거 아니었습니까?”



 카츠라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며 그대로 드러누워버렸다. 자긴 절대 밖으로 안 나가겠다는 심보였다. 눈이 뒤집혔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긴토키가 그랬다. 실성한 건지 이성이 날아가버린 건지 아니면 굉장히 화라도 난 건지, 어찌 되었든 카츠라는 제가 실수했다는 걸 구구절절 느꼈다. 긴토키는 카츠라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는 카츠라를 똑바로 내려다보았다.




 “아아, 그렇단 말이지.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내 짜증 다 받아주겠단 얘기지? 더위를 먹어도 단단히 먹었구나. 그렇지, 이열치열 알지? 실내 온도랑 체내 온도 똑같게 해줘? 더위 먹고 하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랴? 어? 이런저런 것들 다 감당 할 수 있단 거지? 평소하고 전혀 다른 자세로 임하겠다는 거잖아, 지금 얘기?”

 

 

 카츠라는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 날이 더우니까 나는 땀이겠지? 그럴 거야. 그렇지 않을까? 카츠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에게서 빠져나오려고 아등거렸다. 그놈 참, 힘은 또 왜 그렇게 센지. 미동도 없었다.



 “저, 저기 긴토키. 그런 말은 아니었는데…. 하하, 일단 진정하고 앉아서 얘기해볼까?”

 “진정? 하고 싶지 않으시다는 얘기겠죠? 네, 원하신다면야 지금 당장이라도.”

 “기, 긴토키!”

 

.

.

.


 “긴토키, 이따가는 꼭 사주는 거지?”

 “으이구, 수박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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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