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애가 전혀 몰랐던 사이에 여자친구와 다정한 셀카를 찍어 올렸다.

 

 

 

 

WR. 고은

 

 

 

 

[오늘부터... 우리는♡]

 

 

“이것 좀 보게, 긴토키.”

“뭘.”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내가 타카스기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 말이야. 근데 이게 대체 무엇인가!”

“뭐긴, 그거네 그거. 우리 오늘부터 사귑니다~ 잘 봐주세요~ 특히 너, 이걸 보고 있는 너. 우리 잘 어울리죠?”

“대체 어느 순간부터? 어디서? 어떻게? 왜 만나는 거야? 왜 타카스기 군, 나한테 아무런 말도 없었지? 왜 나는 하나도 몰랐던 거야? 이 여자애 누구야? 긴짱 알고 있어? 타카스기 군, 이제 나 같은 건 거들떠도 안 보겠다는 거야?”

“내가 알겠냐! 왜 갑자기 사춘기 여고생 모드?”

“이제 어쩌면 좋지? 히잉….”

 

 


카츠라는 잔뜩 죽은 얼굴을 테이블 위로 떨구어버렸다. 그것도 잠시, 고개를 들어 또 핸드폰을 켰다. 턱은 테이블에 그대로 박아둔 채 계속 핸드폰 화면만 쳐다보는 것이었다. 화면에는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오~ 드디어’, ‘ㅊㅊ’, ‘잘 어울린다!’ 따위의 댓글들이 가득했다. 이 패턴이 반복되기를 십 여분 째. 카츠라는 이제 원망 섞인 목소리였다.

 


 

“타카스기 자식, 언제부터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거야? 왜 너도나도 다 축하해 주는 거냐고!! 절대로 용서 못해. 축하 따위 절대 못한다고!!!”

“‘군’에서 언제 ‘자식’으로 바뀌었대. 대체 네가 용서 못하면 어쩔 건데. 애초에, 타카스기 얘가 너한테 관심이라도 줬냐? 관계 발전의 건더기라고는 전-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있, 있었…. 있었을지도 몰라!! 있었는데 지금 기억이 안 날 뿐이야. 있었지 않았을까?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있어. 있어야해. 있어줘라. 있니? 있…”

 

 

 

과거회상에 갇혀버린 카츠라의 모습에 긴토키는 웃음이 났다.

“안쓰러워서 못 봐주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포기해.”

“포기라니!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직접 물어보기라도 할 거야?”

“으으. 조, 좋아. 직접 물어볼 거야. 이 귀로 똑똑히 들을 거라고. 긴토키,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제대로 대답 듣고 올 테니까.”

“흐응, 그러시던지. 근데 말야. 네가 원하는 대답 못 듣고 오면, 이번엔 내가 물어볼 거다, 너한테.”

 

 

 

카츠라는 긴토키에게 두 눈 도장을 쾅 찍고서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긴토키가 했던 말을 듣고는 나간 건지, 확인할 새도 없이 자리를 떴다. 뭐가 그렇게 급하기에 달려나가는 거야.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 그는 중얼거렸다. 


긴토키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카츠라를 좇았다. 아니, 만날 때부터 봤던 그를 시선 한번 거두지 않고 계속 좇았다. 오자마자 시켰던 딸기 파르페가 처음 그대로 녹아가고 있었던 것도 모를 만큼 중요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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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