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 쟁탈전(上)


WR.고은

 

 

 

 

구름은 유유히 떠다녔다. 숲 사이로 부는 바람은 상쾌했다. 태평하기 그지없는 정경이었다. 저 멀리 다른 행성에서 온 천인이 이곳을 보았다면 지금이 전쟁 중이라는 걸 상상이나 할까 싶을 정도였다. 

양이지사들 덕분이었다. 그들이 요 근래 천인들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자, 그 기세에 눌려 다른 적군들은 거의 숨다시피 후퇴해버린 것이다.

 

오늘도 조용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긴토키 네놈!!"

 

타카스기의 목소리였다.

 

 

 



시작은 사카모토였다. 타카스기와 긴토키, 가츠라와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은 그였다. 그래서 아직 둔영 내에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요구르트였다. 이 급박한 상황에 대체 누가 요구르트를, 그것도 이렇게 한 뭉치로 가져다 놓은 것일까. 심지어 매일매일 그 갯수가 줄지도 않는 것이었다. 사카모토는 목이 마르던 차에 잘됐다며 몇 개를 마셔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 요구르트에 손댈 수 없었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요구르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그것에 손이라도 댔다가는 어떤 꼴이 나게 되는지를. 


예전에 병사 중 한 명이 무심코 그 요구르트를 마시고, 먹은 흔적까지 남긴 적이 있었다. 그것을 타카스기가 알게 되었을 때, 둔영에서 그 누구 하나 찍소리 내지 못했다. 그 날 밤 가위에 눌렸다는 자도 있었다. 그 후로 거들떠도 안보던 요구르트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긴토키는 사카모토의 실수를 기회로 여겼다. 그렇게 끔찍이도 아끼는 그것이 몽땅 없어졌을 때 과연 타카스기는 어떻게 할까. 아니, 그것도 궁금하지만서도 혼자만 먹는 그 요구르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먹어보고 싶었다.

 

 

 


"긴토키, 또 둔영에 칼바람을 일으키고 싶은겐가? 적당히 해두는 게 좋을 걸세. 자네도 알잖나. 타카스기말이야."

 

"즈라, 그렇지만 그 요구르트에 무언가 좋은 게 들어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면 몸이 더 튼튼해진다던가, 힘이 세진다던가. 물론 낮에도 밤에도 그 때도 말이야."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다! 그, 그 때가 뭔가. 네놈의 그 요상한 말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그래도 말이야, 한 모금 마시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단 말이지. 저 고개 너머 살던 아카리 부인에게도 좋을 거라니까?"

 

"네놈! 아카리 부인이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어떻게 안단...!"

 

"자자, 그러니까 즈라. 어때, 좋은 생각이지?"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흠흠...흠...!!!"

 

 

 

결국 카츠라는 못이기는 척 긴토키를 따랐다. 카츠라를 매수한 긴토키는 곧바로 사카모토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에게 요구르트에 얽힌 정보를 건넸다. 사카모토는 그게 그렇게 좋은 것이었냐며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그들의 계획에 동참했다.

 

 

 

 

 

 

 며칠 뒤, 타카스기는 줄어든 요구르트 다발을 보고 의아해했다.

 

"어이, 코시로. 여기 있던 요구르트에 누가 손댔나?"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가. 알았다."

 

그는 옆에 있던 다른 병사들에게도 물었으나 결국 누가 손을 댔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이번엔 완전히 없어져 있었다. 그리고 타카스기는 그것을 봐버렸다.

 

"이거, 대체 어떤 자식이 가져간거냐. 나와라! 당장!"

 

타카스기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 때, 방문이 열렸고 요구르트가 보였다. 요구르트는 가츠라와 사카모토, 그리고 긴토키의 손에 들려있었다. 셋은 뻔뻔한 표정으로 타카스기를 바라보았다.





--- 다음 편에 계속.

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