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긴] want, want you.

2016. 6. 29. 22:57 from 은혼

 

 

 

 

want, want you.

긴수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어이, 배고파.”

“어쭈, 말이 짧아졌다? 다시 유아기로 돌아갈 셈이냐?”

“배고프다구.”

“그래서 뭐.”

“…칫. 나빠.”

 

그는 내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그러자 엉덩이에 달린 새하얀 꼬리가 보였다. 그 털뭉치는 마치 날 유혹하듯 살랑였다. 어디서 또 끼를 부릴려고. 삐친 척 하는 거 다 안다고. 너한테 내가 또 넘어갈 것 같냐!

 

 

“뭐 먹고 싶은데?”

 

 

안 넘어 갈 리가 없지. 이 쪼그만 녀석은 날 너무 잘 안다.

 

 

긴토키와 만난 건 몇 년 전이었다. 웬 아이가 집 앞에 쪼그려있길래 길을 잃었겠거니 싶어 경찰서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한 발자국도 떼지 않는 것이다. 어디서 왔냐, 부모님은 누구냐 물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딱 한 번, “긴토키.” 라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을 때 말고는. 결국 그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기까지 알게 된 건 그의 이름과, 정체 모를 새하얀 꼬리와 귀였다.

 

 

꼬리와 귀라니. 세상에, 지금이 어느 시댄데 요괴 같은 게 있을까. 그런 허구 같은 게. 있었다. 여기, 눈앞에. 처음엔 강아지 털을 잔뜩 달고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누가 장난삼아 붙여놓은 것이라던가. 그래서 떼어내려고 털어도 보고 잡아당겨도 봤다. 하지만 떨어지기는 커녕 아이가 아픔과 공포에 질려 울어버리는 것이었다. 나중에 책을 찾아보니 ‘케모코’라고, 짐승인 아이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반인반수잖아?

 

 

“히지카타.”

“뭐?”

“히- 지카타. 먹고 싶어.”

 

 

틀림없다. 녀석은 구미다. 구미와 인간이 섞인 거다. 그게 아니고선 대체 어떻게, 저렇게도 능숙하게 사람을 홀릴 수 있는 거야.

 

 

“너, 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

“히지카타가 알려줬잖아. ‘-싶냐’고 물을 떈 네가 원하는 걸 말하면 된다고.”

“그래도 그렇지, 히지카타는 먹는 게 아니야. 난 사람이라고.”

“사람은 먹으면 안 돼?”

“안 돼.”

“그럼 히지카타는 먹으면 안 돼?”

“절대 안 돼.”

 

 

단호하게 표정을 짓자, 그가 샐쭉 입을 내민다. 그러더니 그 예쁜 눈에 금방 눈물이 고이는 것이다. 아, 이런. 너무 심하게 말했나.

 

 

“후, 이리 와.”

 


그를 향해 양 팔을 벌렸다. 그러자 폭 뛰어와 안긴다. 이제는 제법 몸집이 커져서 한 손으로 안기엔 손이 부족했다. 다른 손으로 그의 등을 받쳐 안으니, 긴토키는 제 얼굴을 내게 묻으며 파고들었다. 그 탓에 그의 귀가 내 턱끝을 간질였다.

 

“이게 좋아. 이거 먹고 싶어.”

“이건 먹는 게 아니야. 이러고 싶을 땐, 안고 싶다고 하면 돼.”

“안고 싶어?”

“그래.”

“안고 싶어. 하지카타.”

 

 

그 말과 동시에 나를 더 꽉 안는 게 느껴졌다. 팔 힘이 세 봐야 얼마나 세겠느냐마는.

 

 

“너, 솔직히 말해봐.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안 배웠어. 히지카타가 맨날 보는 거에서 이렇게 하던걸?”

“뭐? 내가 뭘 봤다고!”

“음, 살구색이 가득하고 신음소리가 나는”

“아아! 아니야. 전혀 없다고.”

“헤에, 그래?”

“그래.”

 

 

녀석이 또 꼬리를 살랑였다. 마치 먹고 싶었던 사탕을 받은 아이처럼, 행복하다는 듯이. 그러면 나는 그를 더 품에 끌어안는다. 마치 먹고 싶었던 사탕을 받은 아이처럼, 소중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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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