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흰 연기.

타카시님께.

WR. 고은.

 

 

 

 

 

끼이익.

등 너머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오래된 건지, 녹슨 소리가 귀를 긁었다. 연이어 슬쩍슬쩍 바닥을 끄는 소리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웬 연긴가 했더니, 네놈이냐.”

모퉁이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갤 돌리니, 타카스기였다.

“이 시간에 누가 왔나 했더니, 너냐.”

그는 가볍게 말을 무시하고 내 쪽으로 왔다.


“지금 수업시간 아니냐?”

“그래서?”

“수업 이탈 50점, 옥상 출입 30점, 교내 흡연 100점.”

“꼴에 선도부장이라고.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잖아?”

“난 예외지.”

“허? 왜 예왼데?”


그는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왔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뒷걸음이 절로 쳐졌다.

“아아? 뭐, 뭐야?”

천천히, 또 한 발자국 다가오는 타카스기에게 나는 또 한 발자국 뒷걸음을 쳤다. 툭, 등에 뭔가 부딪히길래 돌아보니 벽이었다. 이제 발 끝 바로 앞에 그가 있었다.

“왜냐면,”


그는 내 입에 물려있던 담배를 빼앗고는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그 느낌에,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 순간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가 입을 벌리는 동시에 내 입이 벌려졌다. 그 사이로 그가 슬며시 안쪽을 훑었다. 순간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올 것 같아 입을 떼려 했더니, 다른 손으로 내 뒷목을 끌어당겼다. 이번에 그는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후.”

“하아, 하읍. 뭔데, 갑자기?”

“담배. 피고 싶으니까.”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담배냐는 내 말을 또 무시하더니 그는 담배가 들린 제 손을 쳐다보았다.

“아, 다 탔네.”

“…그거 막 꺼낸 건데.”

“푸흡.”

그는 그렇게 짧게 실소를 터트리더니, 이내 소릴 내며 활짝 웃었다.


“아? 왜 웃는데?!”

“하아, 그냥. 하나 줘.”

그는 간신히 웃음을 멈추는 양을 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이상한 놈.”

나는 그에게 한 개비를 건넸고, 다른 하나를 꺼내 내 입에도 물었다. 그는 그것을 입에 물더니 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또 뭐?!”


“불.”

그는 내 담배 끝에 불을 붙여주었다. 제 것에도 붙이더니 난간으로 걸어나갔다.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흰 연기가 따라 피었다. 그리고 나도 그 연기를 따라 드리워진 그림자 밖으로 나왔다.


그는 옆에서 기척을 느끼고는 고갤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것도 잠시, 다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생긋 웃는 것이다. 또 심장이 빨리 뛰었다. 방금 전 일이 생각나 나는 얼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더럽게 파란 하늘이구만. 눈 시릴 만큼 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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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