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히지] 꽃반지

2016. 8. 9. 23:53 from 은혼





꽃반지

WR. 고은




아까부터 토시로가 보이지 않는다. 벌써 오후가 다 지나고 있는데, 밖에 놀러나간다던 녀석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깜빡 잠든 사이 돌아왔나 싶어 집 여기저기를 둘러보아도 그의 모습은 없었다.

 

“…기어이 발걸음을 하게 만드는 꼬마.”

 

타카스기는 중얼거리며 현관을 나섰다. 해질녘인데도 태양이 마지막 남은 열을 내뿜는 것 마냥 뜨거웠다.

 

 

해가 지고, 어슴푸레한 하늘이 떴다. 여전히 타카스기는 히지카타를 찾고 있었고, 여전히 히지카타는 찾지 못했다. 그는 이제 불안한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어두울 때까지 못 찾았다는 것은, 납치라도 된 것인가. 그는 발놀림을 재촉하듯 빠르게 걸었다.

 

그가 다다른 곳은 한 공원이었다. 그 곳에서 어떤 까만 형체가 땅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아, 찾았다.

 

“어이, 토시로.”

“응?”

 

히지카타는 고개를 들었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던 듯, 그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제부터 있었던 거냐.”

“아까부터! 근데 마음에 드는 게 없네.”

“뭘?”

“아아, 잠깐만!”

 

그러더니, 히지카타는 토끼걸음으로 자릴 옮겨 또 풀숲을 뒤적이는 것이다. 타카스기는 조용히 뒤에서 그것을 지켜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히지카타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우앗!”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타카스기는 표정을 찡그리며 그를 일으켜세웠다.

 

“일어나기 힘드냐.”

“조금…”

“하아. 일단 업혀라.”

 

그러더니 그는 무릎을 굽히고 제 등을 히지카타에게 내어보였다. 히지카타는 천천히 그 등에 올라탔다. 타카스기는 그를 제대로 업은걸 확인한 후 일어나서 걸음을 떼었다.

 

“하루종일 밖에 나가서 돌아오지도 않아, 걱정만 시키더니 결국 제 다리도 못 쓰게 됐군.”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고?”

“응, 이거 선물이야.”

 

그러더니, 히지카타는 타카스기 얼굴 옆으로 꽃반지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

“선물! 오늘 타카스기 생일이잖아?”

 

히지카타가 해맑게 웃었다. 그의 웃음에 베인 온기가, 타카스기의 귀를 타고, 뺨을 타고 흘렀다.

 

“어떻게 알았나.”

“비-밀.”

“웃기지도 않는군.”

 

하지만 히지카타는 입꼬리가 올라간 타카스기의 옆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생일축하해, 타카스기.”

“…그래.”

“그래, 가 뭐야. 너무 미지근하다고.”

“그러면?”

“고마워!”

“나더러 하라는 말이냐.”

“응.”

“…쳇, 귀찮은 꼬마.”

“해줘.”

 

그는 조심스레 히지카타의 선물을 받아들었다. 그러더니 그가 보이지 않게, 손가락을 움직여 제 손에 끼워 넣었다. 그 반지가 흐트러지지 않게, 그는 손을 꼭 쥐었다.

 

“알겠다. 고마워.”

 

그 한마디에, 히지카타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활짝 웃었다. 그 웃음에, 타카스기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달빛이 거릴 비추고, 그들을 비추며 긴 그림자가 그들 뒤를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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