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은 누가 지었습니까?

WR. 고은

 은혼 전력 60분 연성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입니다.”

카츠라는 낭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긴파치는 스윽 쳐다보더니 다시 출석부에 눈길을 대었다.

“타카스기 신스케.”

“….”

“타카스기 신스케, 대답.”

“망할 천연파마.”

타카스기는 아니꼬운 눈으로 긴파치를 쳐다보았다. 조그맣게 읊조리는 말에 옆자리에 앉은 카츠라는 타카스기의 옆구리를 찔렀다.

“선생님께 대하는 표현이 그게 뭡니까, 타카스기 군? ‘망할’ 이라는 표현은 반 평균을 훅 깎아 놓은 네 녀석한테 써야 하는 게 아닐까, 망할스기 군?”

긴파치는 동그란 안경 너머로 무심하게 타카스기를 쳐다보았다. 타카스기는 지지 않고 입 꼬리를 틀어 올렸다.

“헤에, 부장이나 교장한테 어지간히 깨졌나보네. 망할 천연파마가 일일이 대꾸도 다 해주네, 망할 파마.”

“즈라, 저 녀석에게 공부 대신 예의범절 좀 먼저 가르쳐라.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망할스기.”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입니다, 선생님.”

“하아…. 대체 왜 너희 둘이 전교 꼴등이고 전교 일등이냐고. 왜 최상위하고 최하위가 같은 반에 있는 거냔 말이다. 즈라, 반장으로서 말이야. 뒤쳐지는 친구는 좀 도와주고 끌어줘야 되는 거 아니냐? 타카스기 군, 친구가 앞서면 좀 경쟁심 같은 거 안 드냔 말이야. 네 녀석 덕분에 안 해도 되는 보충 수업을 해야 하잖냐. 어떻게 책임질래?”

긴파치는 한숨을 푹 쉬며 출석부를 내려놓았다. 그는 온갖 귀찮은 얼굴을 지었다. 황금 같은 방학, 그 첫날에 학교에 다시 오게 될 줄이야. 하필이면 교장이 학교 질 향상이니 뭐니 쓸데없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바람에 상 ․ 하위권 녀석들을 데리고 방학 보충 수업을 하게 되어 버렸다. 좋다, 이거야. 성적 상위권으로 랭크되면 지원금도 많이 받고 나도 휴가 받고 좋단 말이지. 하지만 그건 내가 담당이 아니었을 때 이야기이다.

“분명히 타츠마 놈이야. 망할 자식, 자긴 여행 간다고 날 대신 추천한 거라고.”

대체 왜 내가 이 녀석들 때문에 방학을 반납해야하느냔 말이다. 긴파치는 몇 분째 한숨만 쉬어댔다.

“선생님 자식아, 저도 나오기 싫었거든요.”

“선생님 자식은 또 무슨 말이니, 타카스기 군. 그러면 왜 나왔냐고, 집에…. 하, 아니다.”

저 중2병 단단히 든 놈만 아니었어도 덜 짜증났을 텐데, 하고 긴파치는 생각했다.

“자, 본격적으로 수업 시작하기 전에 질문 받는다. 있나? 없으면 수업 끝.”

“네?”

카츠라는 황당한 눈으로 반문했다. 그러자 긴파치는 어차피 너희도 이 여름에 나오기 싫었을 것 아니냐며 보충 수업이야 선생님 재량이니까 첫 날은 이렇게 마무리 하자는, 아주 성의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렇긴 하지만…. 그러면 선생님, 선생님 이름은 누가 지어주신 겁니까?”

카츠라는 조금 망설이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긴파치에게 질문을 던졌다. 타카스기는 슬쩍 카츠라를 쳐다보았다. 뭐 그런 질문을 하느냔 표정이었다. 그것은 긴파치도 마찬가지였다.

“아, 그게…. 선생님 이름이 워낙 특이하시잖아요. 쭉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카츠라는 둘의 따가운 시선을 알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자 타카스기는 코웃음 쳤다.

“파마머리니까 긴파치 아니겠냐. 부모님이 어릴 적부터 망할 파마인 걸 알고 지으셨나보지.”

“어이, 타카스기 군. 그거 지금 개그라고 치신 겁니까? 하, 냉혈 타카스기군은 개그도 차갑네.”

“흥.”

타카스기는 긴파치를 한 번 째려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글쎄, 궁금해?”

긴파치는 살짝 인상을 구기더니 카츠라를 보고는 물었다.

“네.”

“그럼 다음 시간까지 알아오도록.”

“네?”

카츠라는 다시 반문했다.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망할 선생님, 나나 얘나 부모가 없는데요. 누구한테 물어보면 되는 겁니까.”

타카스기는 빈정대는 표정으로 말했다. 긴파치는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숙제는 선생님이 해 오셔야겠군요. 다음 시간까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카츠라는 다다다, 문자를 뱉어냈다. 살짝 기세등등한 표정도 실려 있었다. 그러더니 그는 가방을 싸고 경례를 했다. 긴파치가 뭐라고 붙잡기도 전에 그는 교실을 나가버렸다. 타카스기도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를 따라 나갔다.

“일등이나 꼴등이나….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저런 건 똑같네, 흥.”

긴파치는 중얼거렸다.

“근데 나도 물어볼 사람이 없다고, 요 녀석들아.”

이름이라…. 글쎄, 누가, 왜 이렇게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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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