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도 의뢰를 한다.

은혼 심야 전력 60분 연성

WR.고은





  “다음 소식입니다. 러시아의 신흥 마피아 조직의 일원들이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민간인을 납치, 감금한 혐의로 조사 중에 있습니다….”


  한가로운 토요일 저녁이었다. 해결사 사무실도 간만에 조용했다. 카구라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긴토키는 늘상 그렇듯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신파치와 함께 뉴스를 보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말을 멍하니 흘려듣던 신파치는 마피아라는 말에 귀를 귀울였다.



  “마피아라니, 이 나라에도 있을줄이야. 긴토키씨, 마피아에 대해 들어보셨어요?”

  “마피아? 그거 뭐냐, 참치회사냐? 불꽃 나오는 반지를 낀 애들이 조직원인 그런 거?”

  “참치라뇨! 그거 어디 누굽니까, 예? 전혀 아니라구요. 쪼끄맣게 생긴 애가 자기를 가정교사라고 하면서 누구를 보스로 만들려는 그런 조직 아니라구요!”

  “신파치, 지금 네가 다 말했는걸?”

  “에? 아, 아무튼! 마피아라는 건 실제로 매우 위험하다고요. 마약이니, 살인이니 야쿠자보다 더 치밀하고 조직적이라니까요.”

  “그거, 우리를 말하는 것인가.”




  신파치가 열을 내며 마피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와중에, 전혀 다른 목소리가 그의 말을 잘랐다. 긴토키와 신파치는 순간 온 몸이 굳어졌다. 그들은 신경을 바짝 세우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그들 뒤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있었다. 한 명도 아니고 4명이나. 그의 눈은 그들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신파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아, 그렇게 경계하지 말라구. 당신들을 어떻게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글쎄 말이야. 남의 집에 노크도 없이 들어오면 가택침입죄라고? 경찰에 끌려가고 싶어? 당신들 친구들처럼 조사 받는다고?”

  “그래, 그 친구들 때문에 온 것이다. 여기, 해결사 사무소지?”

  “네?”



  그 뒤에 있던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말에 긴토키와 신파치는 황당해했다.



  “뉴스를 봤으니 알겠지. 우리 조직원들이 지금 경찰서에 잡혀있는 이유, 납치 및 감금은 그들이 한 게 아니야. 오히려 그들은 당했어, 다른 조직에게. 하지만 그놈들은 자신들이 한 짓을 우리에게 덮어씌우고 사라졌다. 조직에 도움을 청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곤란해져서 말이야. 게다가 그 민간인, 당신들 친구 아닌가?”

  또 다른 남자가 말을 마치며 품에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분홍 머리에 파란 눈, 카구라였다.



  “카구라!?!!”

  “아니 오늘 내내 없더니, 왜 거기 가 있는거야!!”

  긴토키와 신파치는 흥분해서 소리쳤다.

  “우릴 여기로 가라고 알려준 것도 그 아이라구. 너희한테 부탁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올 거라고 하더군.”



  신파치는 한숨을 내쉬며 왜 그런 일에 꼬인 거냐고 중얼거렸다. 긴토키는 잔뜩 긴장했던 몸을 풀고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아, 그 아이라면 제 스스로 나올 겁니다. 철장이라도 부수고 나올거에요.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됩니다.”

  긴토키가 코를 후비적거리며 말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맨 앞에 있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코를 후비적거리며 나올 땐 자신이 집에 못 돌아가는 꼴 보고싶냐고 전하라고 했다. 다시는 자길 안 보고싶냐고 말이야.”




  그 남자의 말에 긴토키는 인상을 찡그렸다. 잠시 동안 그는 말이 없었다. 신파치는 긴토키를 불안한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이대로 카구라를 냅둘거냐는 눈빛이었다. 그는 못내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짓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끄응…. 요 계집애는 하루도 말썽피우는 날이 없단 말이야. 그렇지, 신파치?”

  “그러니까요. 천방지축이라구요.”



  긴토키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신파치는 그런 긴토키의 모습을 보고 화색이 돌았다. 둘은 시선을 맞췄다. 약간의 눈빛이 오가더니 커다랗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의뢰비는 섭섭지 않게 줘야 합니다?”



  긴토키는 돈을 왕창 뜯어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파치도 옆에서 거들었다. 악덕 사채업자같은 모습에 마피아 조직원들은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곧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투로 말했다.

  “약속하지. 우리 조직원들을 무사히 빼낼 것을 의뢰한다. 물론 네 친구도.”




의뢰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마피아라니. 아무래도 좋았다. 카구라가 거기에 있으니까. 그들은 어떤 의뢰든 돈만 주면 해결하는 '해결사'니까.

“좋아. 가자, 신파치. 우리 애 혼 좀 내야겠다.”

“네! 긴토키씨.”

 


 

---


 

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