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께 보내는 편지
은혼 심야 60분 전력 연성
WR.고은
‘누님께.
여전히 보고 싶은 누님.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잘 지냅니다. 감기도 걸리지 않고, 다친 곳도 없이 제가 맡은 일들을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누님, 기억하시는지요. 저희가 에도로 떠난 그 날 말입니다.
그 날 밤, 사실은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더 누님의 얼굴을 이 눈에 담아두고 싶었는데,
조금이라도 더 누님과 함께 있고 싶었는데.
그럼에도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누님을 보게 되면, 영영 발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다행히 제가 우는 건 그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후로 얼마나 수 없이 많은 밤이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누님이 걱정되고 생각날 때마다, 한번이라도 더 검을 휘둘렀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면, 누님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누님이 행복하길, 언제나 바랐습니다. 제 자신의 행복보다도 더.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받는 여자가 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 못난 동생 때문에 망가진 것 같아 죄스럽습니다.
누님이 가시던 날, 그 죄스러운 마음이 기어이 눈물로 떨어졌습니다.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저는 아직도 어렸었나 봅니다.
하지만 누님을 위해 울었던 건 저 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벌게진 눈을 보았을 때, 누님이 왜 그 사람을 마음에 두었던 건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그 사람을 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밉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또 얼마나 많은 밤이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이 곳은 언제나 그랬듯 시끄럽고 유쾌하며, 모두 각자가 맡은 일을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누님이 좋아했던 그 정경 그대로.
가끔은 조금 허전합니다. 아니, 많이 허전합니다. 그 속에 누님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누님, 이제 그 곳에서는 행복하신지요?
누님께서 행복하다하시면, 그걸로 됐습니다.
오늘따라 더 보고 싶어집니다.
누님.
소고 올림.‘
미츠바의 묘, 그 묘단 위에 편지와 꽃다발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 앞에는 검은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더니. 그는 잠시 편지에 시선을 두었다. 소고가 왔다 간 모양이군. 히지카타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너는 언제나 몸이 좋지 않았으니까.”
그는 라이터를 들고 담배 끝 언저리를 머뭇거리다 결국 불을 붙이지 않았다.
“…소고는 걱정하지 마라.”
그는 자신이 가져온 편지를 묘단 위에 살며시 두었다. 그리고는 묘를 마주보고 앉았다. 그는 마치 무언으로 이야기 하듯, 그렇게 한동안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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