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란 이름 아래

긴수 전력 60분

WR. 고은

 

 

 

 

 

어이, 타카스기. 네놈이 나 보다 먼저 죽는 건 사양이다.

누가 할 소리. 네 시체 따위 볼 일 없게 해라.

 

등 뒤로 오갔던 그 말들이 왜 갑자기 생각이 난 건지. 이 상황에서 왜 그 날이 다시 떠오른 건지.

 

 


“여어, 타카스기군. 오랜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잘도 인사하는군.”

“이런 상황이니까 만난 거잖아? 너하고 나.”

 

우리는 조직에서 함께 길러졌고, 각기 갈라졌다. 그리고 세력을 키우고 성장했다. 백야차라는 이름으로, 귀병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곳도 달랐고 취급하는 사업도 달랐다. 해서, 다시는 만나지 않을 줄 알았다.

 

“너하고 손을 잡다니, 희대의 실수다.”

“에, 그거 긴상을 두고 하는 말입니까?”

“너 아니면 누구겠냐. 방해다. 네 놈은 뒤에서 떡이나 받아먹어.”

“너야 말로 우유나 마시고 있지 그러냐?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라니. 영양부족은 아닐까나?”

다치지 말란 얘기다.”

“응?”

 

우리가 너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놀랐고 다음으론 기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무서웠다. 네가 위험해질까봐, 네가 이 일로 죽어버릴까봐.

 

“타카스기.”

“왜.”

“나, 이제 어린애 아니라고?”

“뭐?”

“그렇게 걱정하는 얼굴, 하지 말라는 거야. 제 앞가림은 하니까.”

“하아? 꽤 자신만만하군.”

“네가 하는 걸, 내가 못할 것도 없지.”

긴토키, 기억나나.”

“뭐가?”

“우리가 조직에서 나왔던 날.”

“아아, 기억하지.”

“다시 한 번 말하지. 난 아직도 네 놈 송장 따위 보는 건 사양이다.”

“…”

“그러니까 살아라. 살아 돌아오면. 할 말, 있으니까. 반드시 살아남아라.”

 

다신 만나지 못할 줄 알았다. 그래서 말하지 못했다. 나만 숨기면 될 일이었으니까. 나만 입 다물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 평소처럼 지내고, 평소처럼 웃고, 아무 눈물 흘리지 않고도 헤어질 수 있으니까. 이대로 잊히겠지, 이대로 묻히겠지. 갈라진 후에도 되살아나는 감정을, 기억을 억지로 짓눌렀다. 그러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운명은 그리 간단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우리는 다시 만났고, 다시 동료로서 등을 맡겼다. 그렇다면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다. 나는 너를 믿고, 너는 나를 믿으니. 내가 이 믿음에 기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네 손을 잡았으니, 다시는 놓지 않을 테다. 두 번 다시 헤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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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