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도 습관이다

WR. 고은

즈라른 전력 60분 연성

 




“긴토키 자식, 또 지각이군.”

 

카츠라는 조금 짜증이 일었다. 그는 늘 제 때 나타났던 적이 없었다. 물론 한두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매번 드는 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그는 손목시계를 보다가 행인들 보기를 번갈아했다. 뒤에서 누가 오는지 모를 만큼 온 신경을 기다리는 데에 쏟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뒤에 있던 누군가가 와락, 그를 안았을 때, 카츠라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 덕에 몸의 중심이 뒤로 쏠려 제가 안기는 꼴이 되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저를 안은 이를 확인했다. 긴토키였다.

 

“즈라, 많이 기다렸어?”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다. 이러 놓게.”

“흐응, 매정하게 구는 거야?”

“자네,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지각 좀 하지 말라고! 어떻게 한번을”

“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늘 그를 기다리게 하는 자신이 미웠다. 늘 미안하단 말만 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그런 자신을 기다려주는 그가 고마웠다. 지금처럼 짜증을 내어도, 그게 자신을 걱정했기에 안심하는 소리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에게 더욱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긴토키는 카츠라를 더 세게 품에 껴안았다.

 

“…자넨 항상 이런 식이지.”

“이런 내가 좋은 거잖아.”

“칫, 말만 잘하는 놈. 날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인가.”

“오래 안 걸릴 거야. 이제 곧 끝나니까.”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아냐. 그러니까, 매일 지각 안하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그거야, 그거.”

“어째 웃는 게 이상한 것 같다만. 그럼, 약속하는 거다.”

“응, 약속.”

 

긴토키는 부드럽게 말하며 제 얼굴을 카츠라의 목에 파묻었다. 그의 낮은 음성이 카츠라를 깊이 울렸다.

 

 

 

지이잉-.

긴토키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다음 타깃은 양이지사 카츠라다.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반드시 처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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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