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어, 타카스기. 요 요구르트 맛이 참으로 좋구먼. 우째 이 맛난 것을 혼자만 먹고 있었던 겐가. 서운해지는데그려."

 

"타카스기, 이렇게 맛있는 것을 동료에게 나눠주지는 못할 망정, 몇 개 좀 먹었다고 그리 성을 내나."

 

"그래, 타카스기군. 욕심을 부리니까 키가 자라지 않는거라고."

 

셋은 손까지 흔들며 타카스기가 화를 참는 모습을 반겼다.

 



"네놈들..... 죽고싶어서 그러는거지."

 

타카스기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아, 그래. 여기 하나 남았는데 이거라도 줄까? 응?"

 

긴토키는 제 옆에 있던 요구르트 하나를 가리키며 빙긋 웃어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이, 타카스기의 인내를 끊어버린 듯 했다.

 



"긴토키, 네놈!!"

 

 

 

 

타카스기는 긴토키를, 그리고 카츠라와 사카모토를 죽이겠다 마음먹으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잽싸게 그를 피해 밖으로 나갔다. 매섭게 다가오는 타카스기를 피하려 셋은 이리저리 도망다녔다. 


대낮에 벌어진 추격전에 둔영은 소란스러워졌다. 안에서 쉬고 있던 병사들은 대장들의 모습에 놀라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네놈들, 죽여버릴테다! 그게 어떤 건지나 알고 먹은 것이냐!"

 

"어떤 것이긴. 그거잖아? 정력에 좋은거?"

 

"타카스기, 고작 먹을 것 가지고 이 난리를 벌이는 게 너무 우스꽝스럽지 않나? 이제 그만 쫓아오게!"

 

긴토키가 얄상궂게 웃으며 제가 먹던 요구르트를 흔들고, 카츠라가 그만 쫓아오라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에 타카스기는 눈이 뒤집힐 듯 했다.

 

 

 

 

"그런 게 아니다! 그건, 병사들과 함께 먹으라고 사다 놓은 것이란 말이다."

 



타카스기의 발언은 셋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뭐?"

 


"그말 그대로다. 병사들과 나눠먹자고 사다 둔 것이야. 그런데 네놈들이 다 먹어버린 것이다."

 

"엥? 타카스기, 무슨 소릴 하는 겐가? 대체 언제부터?"

 

"요구르트 사다 놨던 날 부터."

 

"잠깐만. 타카스기 네가? 나눠먹자고 한거야 지금? 고고한 도련님이라 혼자만 다 먹으려던 것 아니었어?"

 

"긴토키, 죽어라."

 

"아니, 그러면 저번엔 왜 그랬던 것인가? 그 병사 일 말이야."

 

"그래, 타카스기. 그 때 요구르트를 건드린 자를 아주 죽일듯이 대했다고 그러드만?"

 

셋은 타카스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후, 그 때는 말이야. 마시고 나서 제대로 치우질 않았잖아. 자신이 먹은 건 자신이 제대로 치워야지. 게다가 혼자 몰래 먹기까지했어. 나는 분명 다같이 먹으라고 둔 거다."

 

타카스기의 본심에 셋 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켜보던 병사들도 얼이 빠졌다.


"뭐..?"

 

"이봐, 타카스기... 그런 식으로 말하면 말이야,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고..."

 

가츠라와 긴토키가 한마디씩 던졌으나, 타카스기는 아무렴 어떠냐는 표정이었다.

 

 


  

"너희들, 요구르트를 먹을 때는 함께 먹어라. 그리고 먹은 것은 꼭 치우고. 알겠나?"

 

타카스기는 둔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명령했다. 아주 중요하고 절대 어기면 안 되는 것처럼.

 

 

 

 

 

--- WR. 고은 [요구르트 쟁탈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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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 쟁탈전(上)


WR.고은

 

 

 

 

구름은 유유히 떠다녔다. 숲 사이로 부는 바람은 상쾌했다. 태평하기 그지없는 정경이었다. 저 멀리 다른 행성에서 온 천인이 이곳을 보았다면 지금이 전쟁 중이라는 걸 상상이나 할까 싶을 정도였다. 

양이지사들 덕분이었다. 그들이 요 근래 천인들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자, 그 기세에 눌려 다른 적군들은 거의 숨다시피 후퇴해버린 것이다.

 

오늘도 조용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긴토키 네놈!!"

 

타카스기의 목소리였다.

 

 

 



시작은 사카모토였다. 타카스기와 긴토키, 가츠라와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은 그였다. 그래서 아직 둔영 내에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요구르트였다. 이 급박한 상황에 대체 누가 요구르트를, 그것도 이렇게 한 뭉치로 가져다 놓은 것일까. 심지어 매일매일 그 갯수가 줄지도 않는 것이었다. 사카모토는 목이 마르던 차에 잘됐다며 몇 개를 마셔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 요구르트에 손댈 수 없었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요구르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그것에 손이라도 댔다가는 어떤 꼴이 나게 되는지를. 


예전에 병사 중 한 명이 무심코 그 요구르트를 마시고, 먹은 흔적까지 남긴 적이 있었다. 그것을 타카스기가 알게 되었을 때, 둔영에서 그 누구 하나 찍소리 내지 못했다. 그 날 밤 가위에 눌렸다는 자도 있었다. 그 후로 거들떠도 안보던 요구르트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긴토키는 사카모토의 실수를 기회로 여겼다. 그렇게 끔찍이도 아끼는 그것이 몽땅 없어졌을 때 과연 타카스기는 어떻게 할까. 아니, 그것도 궁금하지만서도 혼자만 먹는 그 요구르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먹어보고 싶었다.

 

 

 


"긴토키, 또 둔영에 칼바람을 일으키고 싶은겐가? 적당히 해두는 게 좋을 걸세. 자네도 알잖나. 타카스기말이야."

 

"즈라, 그렇지만 그 요구르트에 무언가 좋은 게 들어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면 몸이 더 튼튼해진다던가, 힘이 세진다던가. 물론 낮에도 밤에도 그 때도 말이야."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다! 그, 그 때가 뭔가. 네놈의 그 요상한 말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그래도 말이야, 한 모금 마시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단 말이지. 저 고개 너머 살던 아카리 부인에게도 좋을 거라니까?"

 

"네놈! 아카리 부인이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어떻게 안단...!"

 

"자자, 그러니까 즈라. 어때, 좋은 생각이지?"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흠흠...흠...!!!"

 

 

 

결국 카츠라는 못이기는 척 긴토키를 따랐다. 카츠라를 매수한 긴토키는 곧바로 사카모토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에게 요구르트에 얽힌 정보를 건넸다. 사카모토는 그게 그렇게 좋은 것이었냐며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그들의 계획에 동참했다.

 

 

 

 

 

 

 며칠 뒤, 타카스기는 줄어든 요구르트 다발을 보고 의아해했다.

 

"어이, 코시로. 여기 있던 요구르트에 누가 손댔나?"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가. 알았다."

 

그는 옆에 있던 다른 병사들에게도 물었으나 결국 누가 손을 댔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이번엔 완전히 없어져 있었다. 그리고 타카스기는 그것을 봐버렸다.

 

"이거, 대체 어떤 자식이 가져간거냐. 나와라! 당장!"

 

타카스기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 때, 방문이 열렸고 요구르트가 보였다. 요구르트는 가츠라와 사카모토, 그리고 긴토키의 손에 들려있었다. 셋은 뻔뻔한 표정으로 타카스기를 바라보았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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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일어서 있었던 그와 부딪혀버렸다. 게다가 둘 다 순간 방어하지 못한 탓에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눈을 뜨니 즈라가 위에 있었다.

 

“즈라, 머릴 잘라준 보답 치고는 격한데.”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닐세. 절대!”

“흐음.”

“왜, 왜 웃는 겐가!”

 

당황하는 그의 눈을 보자니, 또 위에서 흘러내리는 그의 머리카락이 내 볼을 간질이자니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은근히 붉어지는 그의 뺨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서도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그가 너무나 귀엽다.


그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손을 들어 그의 눈을, 뺨을 천천히 훑어 내렸다. 그리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면서 쓸어내리려는데 아까 그가 했던 말이 걸려 손이 내려오질 않는다.

 



“즈라, 짧은 머리는 싫어? …그 때, 싫었나?”

“응? 아니, 벼, 별로. 신경 쓰였어, 계속?”

“조금. 또 짧아졌으면 그 땐 네가 먼저 날…”

 

 

말하려는 그 입 다물라는 듯, 그가 내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들어오는 그의 감촉. 


그래, 네 발로 내게 다가와 주었으니, 네가 먼저 널 내게 맡겼으니 된 거다. 네가 이렇게 옆에 있으니 난 이제 아무 말도, 널 또 잃을 걱정 따위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다.

 

 

“하, 즈라. 이것도 좋은데,”

“응?”

“이게 더 좋다.”

 

 

입술을 떼고 그에게 시선을 맞추니, 조금 풀어진 눈으로 마주한다. 그게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어서, 품에 안듯 그를 감싸 안아 그대로 바닥에 눕혔다.

 

 

“타카스기….”

“응,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왜 불렀어.”

“으응. 고맙다고, 머리 잘라줘서….”

“…얼굴, 붉어졌다.”

 

 

뭐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감추려 하는 그의 고개를 살며시 잡고 입을 맞춘다. 

고맙긴, 나야 말로.





---WR. 고은 [시간의 공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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