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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히지카타 자식, 네놈은 절대 날 못 죽여. 그렇게 멍청하게 속아 넘어가니까. 넌 절대 내 말 못 어겨. 지금도 봐. 내 말에 순진하게 대답하고 있잖아.

 

 

 

“내가 좋다고 말해 봐요.”

“정신이 어떻게 된 거냐?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농담이 나와?”

“농담 아닌데. 내가 좋다고 말해요.”

“장난 칠 시간 없어. 설령 그게 진심으로 하는 부탁이어도 절대 말 안 해.”

“에? 왜요? 히지카타씨는 내가 싫어요?”

“닥치고 빨리 풀어.”

“…하여튼, 맨 정신으론 도저히 말을 안 듣는다니까. 뭐, 알겠어요.”

 

 

 

나는 돌아서서 물병이 있는 선반으로 갔다. 물병은 어제 그에게 준 것과 똑같은 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컵에 따르고서는 무릎을 꿇은 그의 앞에 갖다 두었다. 의도치 않게 탁, 하고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제가 싫으시다니까 손도 못 대겠네요. 저는 먼저 가 볼 테니까 알아서 풀고 나오세요. 목이라도 마르시면 거기 물이라도 드시던가요. 그럼, 이만.”

 

 

 

등 뒤로 히지카타가 소리치는 게 들린다. 어마어마하게 욕하는 소리도 들린다. 알 게 뭐야. 내가 부탁한 건 영상을 끄는 것만큼이나 간단했다고. 

네놈이 순순히 안할 줄은 알았지만 어디 한번 알아서 나와 봐라. 나오지도 못할 거면서.

내 도움 없이는 절대 못 나와. 그 족쇄에서도, 나에게서도.






--- WR. 고은 [부탁할 때는 예의와 진심을 담아] 끝.

Posted by 은후글쓴다 :

 

 

 

 

부탁할 때는 예의와 진심을 담아 (上)

히지른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히지카타씨.”

“…”

“히지카타씨.”

“으으….”

“히지카타씨.”

“응….”

 

 

 

그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한참이나 깨어나질 않아서 조금 불안했다. 이대로 죽어버리면 아깝다고, 히지카타씨.

 

 

 

“이제 정신이 들어요?”

“소고,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뭘요?”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고. 왜 내가 이 꼴이 되었는지, 그리고 넌 왜 가만히 있는지 설명해.”

“아, 전혀 기억 안 나시나 봐요? 히지카타씨가 해달라고 했잖아요? 뭐가 그렇게 주문이 많은지, 힘들었다구요.”

“거짓말 하지 마라. 이건 장난이 심하잖아. 어서 풀어줘.”

“진짜에요. 보실래요?”

 

 

 

나는 어제 찍어 둔 영상을 틀었다. 역시 야해. 언제 봐도 자극적인 남자다.


봐,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자기가 스스로 만든 꼴이다. 난 단지, 어젯밤 목이 마르다며 물 한 잔 좀 가져와 달라고 하기에 가져다주었을 뿐이다. 

거기에 뭘 넣었는지 의심조차 안하고 벌컥벌컥 마시니까 이렇게 되지, 바보 히지카타야.

 

그는 제 모습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는지, 혹은 그 음란한 소리에 창피해져서인지 이제 됐다며 꺼달라고 했다.

 

 

 

“이런, 히지카타씨. 저한테 명령하시는 거예요? 당신 그거, 풀어줄 사람은 지금 여기엔 나 밖에 없다구요. 좀 더 공손해져 봐요.”

“너 이 자식.”

“그렇게 죽일 듯 노려보지 마요. 나는 당신이 날 좋아해주는 저 모습 때문에 얼마나 기뻤는데요. 자, 부탁하는 사람처럼 그 알량한 머릴 조아려요.”

 

 

“…저것 좀 꺼주세요.”

“네? 잘 안 들리는데요?”

“오키타씨, 저…. 저 영상을 꺼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가 입술을 꼭 깨물며 말했다. 피가 날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머릴 수그렸다.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뭐.

 

 

 

“좋아요. 그렇게 하는 거예요. 어제는 잘 하더니.”

“너, 이거 풀면 죽을 줄 알아.”

“글쎄, 혼자선 못 풀 텐데. 이번엔 내가 부탁 하나 할까요? 들어주면 푸는 거, 생각해볼게요.”

“뭔데.”





--- 다음편에 계속.

Posted by 은후글쓴다 :

[타카긴] 지나칠 과(過)

2016. 6. 25. 22:53 from 은혼

 

 

 

 

지나칠 과(過)

긴수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일본어로 언어유희가 들어가 있습니다.

• 過ぎる(스기루): 지나다, (수준, 정도를) 지나치다.

*과색(過色): 성교를 지나치게 함.

 

 

 

 

타카스기가 배탈이 났다.

 

 

“뭘 그렇게 많이 먹은 거야? 귀병대엔 먹을 게 넘쳐나나 보지?”

“조용히 해라. 안 그래도 쑤신다고.”

“너 말이야, 숙취 풀린 지 얼마나 됐더라? 어제까진 배 아프다면서, 속 울렁거린다면서 먹는 족족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죽여버린다. 그만 해.”

 


 

 

이번에 타카스기는 진심으로 짜증을 내는 것 같았다. 


일부러 신경을 긁는 소릴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파.] 이 연락 하나에 달려왔더니, 배탈이라고 하는데, 그게 과식 때문이란다. 주체도 못할 정도로 들이 마시다가 죽을 듯 토하는 것까지 내가 다 봤는데 이번엔 과식 때문에 아프시단다. 하여튼, 여기저기 관심을 끊을 수가 없는 놈이다.

 

 


“흥, 일주일 내내 몸져누운 사람 말 하나도 안 무섭거든요. 뭐, 죽일 거면 죽여 보시던가. 타카스기는 키 빼고 다 정도가 과하네. 키는 타카(高)스기(過)하지 않지만 술(飮)도, 음식(食 )도 스기(過) 하신 타입이시구나? 그 다음은 뭘 또 하시려나? *과색(過色)?

“너, 말실수한 줄 알아라.”

“에? 어어?”

 

 


어디 병자 신세이면서 협박질인지. 속 좀 풀리라고 손 주물러주는 것이나 잠자코 받고 있으면 덜 밉겠는데 꼭 그렇게 매서운 눈을 한다. 


그런데 정말로 말을 잘못한 것 같다. 타카스기는 마사지를 받던 손을 빼더니 어느 새 내 손을 낚아채 나를 제게로 끌어당겼다. 방심하다가 나는 그대로 그의 위로 엎어져버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서 얼른 일어나려는데, 이놈이 반대쪽 손으로 뒤통수를 감싸는 것이다. 아니, 아픈 애 아니었어? 어디서 이렇게 힘이 나는 거야?!

 

 

 

“그러게, 그 다음은 뭘까? 나도 궁금하군. 과색일지 아닐지 말이야. 네가 뭔지 봐 줘라.”

“타, 타카스기? 우리 일단 말로 할까? 이것 좀 놔 줄래? 부탁이니까 말야.”

“오늘 집에 갈 생각하지마라.” 



하지만 그는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먹히고, 그리고 이어서 따뜻한 감촉이 들어왔다.


마귀다. 마귀가 씐 거야. 그렇지 않고선 며칠 내내 앓던 애가 갑자기 이렇게 힘이 생길 리 없다고. 아무래도 오늘 문병을 오는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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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