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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히지카타 자식, 네놈은 절대 날 못 죽여. 그렇게 멍청하게 속아 넘어가니까. 넌 절대 내 말 못 어겨. 지금도 봐. 내 말에 순진하게 대답하고 있잖아.
“내가 좋다고 말해 봐요.”
“정신이 어떻게 된 거냐?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농담이 나와?”
“농담 아닌데. 내가 좋다고 말해요.”
“장난 칠 시간 없어. 설령 그게 진심으로 하는 부탁이어도 절대 말 안 해.”
“에? 왜요? 히지카타씨는 내가 싫어요?”
“닥치고 빨리 풀어.”
“…하여튼, 맨 정신으론 도저히 말을 안 듣는다니까. 뭐, 알겠어요.”
나는 돌아서서 물병이 있는 선반으로 갔다. 물병은 어제 그에게 준 것과 똑같은 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컵에 따르고서는 무릎을 꿇은 그의 앞에 갖다 두었다. 의도치 않게 탁, 하고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제가 싫으시다니까 손도 못 대겠네요. 저는 먼저 가 볼 테니까 알아서 풀고 나오세요. 목이라도 마르시면 거기 물이라도 드시던가요. 그럼, 이만.”
등 뒤로 히지카타가 소리치는 게 들린다. 어마어마하게 욕하는 소리도 들린다. 알 게 뭐야. 내가 부탁한 건 영상을 끄는 것만큼이나 간단했다고.
네놈이 순순히 안할 줄은 알았지만 어디 한번 알아서 나와 봐라. 나오지도 못할 거면서.
내 도움 없이는 절대 못 나와. 그 족쇄에서도, 나에게서도.
--- WR. 고은 [부탁할 때는 예의와 진심을 담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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