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 돼.
즈라른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캄캄한 밤 아래, 향락의 불빛으로 물든 이 곳. 하하호호 웃는 소리와 술에 취해 떠드는 소리, 가끔 만취객들이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즈라코, 손님 들어가신다.”
“네.”
나는 화장을 조금 고치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매일매일 사람만 바뀌는 지겨운 일상. 또 누가 들어오려나.
잠시 뒤,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말을 걸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한다는 규칙에 따라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방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조용했다.
그 적막이 이어지길 몇 분 째. 고갤 들어야하나 망설이던 순간이었다.
툭.
큰 꾸러미 하나가 눈 앞에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곁눈질로 확인했다.
“내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끝까지 그 자세로 있을 참이군.”
낮게 깔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귀에 울리고 심장을 울린다. 아, 그 사람이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유녀 즈라코입니다.”
“고개 들어. 누군지 확인 정도는 해도 된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타카스기님.”
한 발짝, 한 발짝. 그가 내게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조용히 그의 발끝을 응시했다. 그는 내 옆으로 와 앉았다. 그가 늘 피는 담배 향에 심장이 들뜬 듯 마구 뛰었다.
“생일 축하한다. 저건, 선물.”
낯선 단어에 신경이 돋았다. 생일.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부터 생일 같은 건 챙겨본 적이 없었다. 챙겨주는 이도 없었고, 나 또한 챙길 만큼 여유가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던 걸까. 나조차도 잊어버렸던 내 생일인데.
고갤 들어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또, 그 웃음. 내가 당신께 빠져버렸던 그 웃음을 또 짓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 웃음에 화답하며 그가 준 선물을 풀어보았다. 기모노였다.
“직접…. 직접 고르신 것이십니까?”
내 물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날 위해서. 이걸 고를 때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그 시간동안 얼마나 나를 생각했을까. 내 키, 체형, 취향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딱 내게 맞는다. 대체 얼마나 나를 위했던 것일까. 아아,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느냐?”
“아닙니다.”
“즈라.”
“즈라가 아닙니다, 즈라코”
그의 손길이 내 눈가에 닿았다. 그리고 눈물을 훔쳐주었다. 그 따뜻하고도 다정한 손길이 그리워, 그만 눈물을 쏟아버렸다. 그의 모습이 잠시 흐릿해졌다가, 이내 캄캄해졌다. 그는 나를 껴안으며 머리를, 또 등을 토닥였다.
“울거라.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
“타카스기님, 감사…. 감사합니다. 선물도, 축하도. 제게 와 주신 것도.”
그의 심장소리가 따뜻하게 들린다. 그의 목소리가 나를 감싼다. 그의 단단한 품이 나를 꼭 끌어안는다. 그의 시선은 오롯이 나만을 향한다. 아아,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으리라.
--- 즈라,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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