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츠라] 울어도 돼.

2016. 6. 26. 23:18 from 은혼

 

 

 

 

울어도 돼.

즈라른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캄캄한 밤 아래, 향락의 불빛으로 물든 이 곳. 하하호호 웃는 소리와 술에 취해 떠드는 소리, 가끔 만취객들이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즈라코, 손님 들어가신다.”

“네.”

 

 

나는 화장을 조금 고치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매일매일 사람만 바뀌는 지겨운 일상. 또 누가 들어오려나.

 

 

잠시 뒤,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말을 걸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한다는 규칙에 따라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방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조용했다.

 

 

그 적막이 이어지길 몇 분 째. 고갤 들어야하나 망설이던 순간이었다.

툭.

큰 꾸러미 하나가 눈 앞에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곁눈질로 확인했다.

 

 

“내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끝까지 그 자세로 있을 참이군.”

 

 

낮게 깔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귀에 울리고 심장을 울린다. 아, 그 사람이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유녀 즈라코입니다.”

“고개 들어. 누군지 확인 정도는 해도 된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타카스기님.”

 

 

한 발짝, 한 발짝. 그가 내게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조용히 그의 발끝을 응시했다. 그는 내 옆으로 와 앉았다. 그가 늘 피는 담배 향에 심장이 들뜬 듯 마구 뛰었다.

 

 

“생일 축하한다. 저건, 선물.”

 

 

낯선 단어에 신경이 돋았다. 생일.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부터 생일 같은 건 챙겨본 적이 없었다. 챙겨주는 이도 없었고, 나 또한 챙길 만큼 여유가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던 걸까. 나조차도 잊어버렸던 내 생일인데.

 

 

고갤 들어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또, 그 웃음. 내가 당신께 빠져버렸던 그 웃음을 또 짓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 웃음에 화답하며 그가 준 선물을 풀어보았다. 기모노였다.

 

 

“직접…. 직접 고르신 것이십니까?”

 

 

내 물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날 위해서. 이걸 고를 때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그 시간동안 얼마나 나를 생각했을까. 내 키, 체형, 취향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딱 내게 맞는다. 대체 얼마나 나를 위했던 것일까. 아아,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느냐?”

“아닙니다.”

“즈라.”

“즈라가 아닙니다, 즈라코”

 

 

그의 손길이 내 눈가에 닿았다. 그리고 눈물을 훔쳐주었다. 그 따뜻하고도 다정한 손길이 그리워, 그만 눈물을 쏟아버렸다. 그의 모습이 잠시 흐릿해졌다가, 이내 캄캄해졌다. 그는 나를 껴안으며 머리를, 또 등을 토닥였다.

 

 

“울거라.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

“타카스기님, 감사…. 감사합니다. 선물도, 축하도. 제게 와 주신 것도.”

 

 

 

 

그의 심장소리가 따뜻하게 들린다. 그의 목소리가 나를 감싼다. 그의 단단한 품이 나를 꼭 끌어안는다. 그의 시선은 오롯이 나만을 향한다. 아아,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으리라.






--- 즈라,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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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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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데.”

 

 

 

히지카타 자식, 네놈은 절대 날 못 죽여. 그렇게 멍청하게 속아 넘어가니까. 넌 절대 내 말 못 어겨. 지금도 봐. 내 말에 순진하게 대답하고 있잖아.

 

 

 

“내가 좋다고 말해 봐요.”

“정신이 어떻게 된 거냐?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농담이 나와?”

“농담 아닌데. 내가 좋다고 말해요.”

“장난 칠 시간 없어. 설령 그게 진심으로 하는 부탁이어도 절대 말 안 해.”

“에? 왜요? 히지카타씨는 내가 싫어요?”

“닥치고 빨리 풀어.”

“…하여튼, 맨 정신으론 도저히 말을 안 듣는다니까. 뭐, 알겠어요.”

 

 

 

나는 돌아서서 물병이 있는 선반으로 갔다. 물병은 어제 그에게 준 것과 똑같은 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컵에 따르고서는 무릎을 꿇은 그의 앞에 갖다 두었다. 의도치 않게 탁, 하고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제가 싫으시다니까 손도 못 대겠네요. 저는 먼저 가 볼 테니까 알아서 풀고 나오세요. 목이라도 마르시면 거기 물이라도 드시던가요. 그럼, 이만.”

 

 

 

등 뒤로 히지카타가 소리치는 게 들린다. 어마어마하게 욕하는 소리도 들린다. 알 게 뭐야. 내가 부탁한 건 영상을 끄는 것만큼이나 간단했다고. 

네놈이 순순히 안할 줄은 알았지만 어디 한번 알아서 나와 봐라. 나오지도 못할 거면서.

내 도움 없이는 절대 못 나와. 그 족쇄에서도, 나에게서도.






--- WR. 고은 [부탁할 때는 예의와 진심을 담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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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할 때는 예의와 진심을 담아 (上)

히지른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히지카타씨.”

“…”

“히지카타씨.”

“으으….”

“히지카타씨.”

“응….”

 

 

 

그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한참이나 깨어나질 않아서 조금 불안했다. 이대로 죽어버리면 아깝다고, 히지카타씨.

 

 

 

“이제 정신이 들어요?”

“소고,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뭘요?”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고. 왜 내가 이 꼴이 되었는지, 그리고 넌 왜 가만히 있는지 설명해.”

“아, 전혀 기억 안 나시나 봐요? 히지카타씨가 해달라고 했잖아요? 뭐가 그렇게 주문이 많은지, 힘들었다구요.”

“거짓말 하지 마라. 이건 장난이 심하잖아. 어서 풀어줘.”

“진짜에요. 보실래요?”

 

 

 

나는 어제 찍어 둔 영상을 틀었다. 역시 야해. 언제 봐도 자극적인 남자다.


봐,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자기가 스스로 만든 꼴이다. 난 단지, 어젯밤 목이 마르다며 물 한 잔 좀 가져와 달라고 하기에 가져다주었을 뿐이다. 

거기에 뭘 넣었는지 의심조차 안하고 벌컥벌컥 마시니까 이렇게 되지, 바보 히지카타야.

 

그는 제 모습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는지, 혹은 그 음란한 소리에 창피해져서인지 이제 됐다며 꺼달라고 했다.

 

 

 

“이런, 히지카타씨. 저한테 명령하시는 거예요? 당신 그거, 풀어줄 사람은 지금 여기엔 나 밖에 없다구요. 좀 더 공손해져 봐요.”

“너 이 자식.”

“그렇게 죽일 듯 노려보지 마요. 나는 당신이 날 좋아해주는 저 모습 때문에 얼마나 기뻤는데요. 자, 부탁하는 사람처럼 그 알량한 머릴 조아려요.”

 

 

“…저것 좀 꺼주세요.”

“네? 잘 안 들리는데요?”

“오키타씨, 저…. 저 영상을 꺼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가 입술을 꼭 깨물며 말했다. 피가 날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머릴 수그렸다.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뭐.

 

 

 

“좋아요. 그렇게 하는 거예요. 어제는 잘 하더니.”

“너, 이거 풀면 죽을 줄 알아.”

“글쎄, 혼자선 못 풀 텐데. 이번엔 내가 부탁 하나 할까요? 들어주면 푸는 거, 생각해볼게요.”

“뭔데.”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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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긴] 지나칠 과(過)

2016. 6. 25. 22:53 from 은혼

 

 

 

 

지나칠 과(過)

긴수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일본어로 언어유희가 들어가 있습니다.

• 過ぎる(스기루): 지나다, (수준, 정도를) 지나치다.

*과색(過色): 성교를 지나치게 함.

 

 

 

 

타카스기가 배탈이 났다.

 

 

“뭘 그렇게 많이 먹은 거야? 귀병대엔 먹을 게 넘쳐나나 보지?”

“조용히 해라. 안 그래도 쑤신다고.”

“너 말이야, 숙취 풀린 지 얼마나 됐더라? 어제까진 배 아프다면서, 속 울렁거린다면서 먹는 족족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죽여버린다. 그만 해.”

 


 

 

이번에 타카스기는 진심으로 짜증을 내는 것 같았다. 


일부러 신경을 긁는 소릴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파.] 이 연락 하나에 달려왔더니, 배탈이라고 하는데, 그게 과식 때문이란다. 주체도 못할 정도로 들이 마시다가 죽을 듯 토하는 것까지 내가 다 봤는데 이번엔 과식 때문에 아프시단다. 하여튼, 여기저기 관심을 끊을 수가 없는 놈이다.

 

 


“흥, 일주일 내내 몸져누운 사람 말 하나도 안 무섭거든요. 뭐, 죽일 거면 죽여 보시던가. 타카스기는 키 빼고 다 정도가 과하네. 키는 타카(高)스기(過)하지 않지만 술(飮)도, 음식(食 )도 스기(過) 하신 타입이시구나? 그 다음은 뭘 또 하시려나? *과색(過色)?

“너, 말실수한 줄 알아라.”

“에? 어어?”

 

 


어디 병자 신세이면서 협박질인지. 속 좀 풀리라고 손 주물러주는 것이나 잠자코 받고 있으면 덜 밉겠는데 꼭 그렇게 매서운 눈을 한다. 


그런데 정말로 말을 잘못한 것 같다. 타카스기는 마사지를 받던 손을 빼더니 어느 새 내 손을 낚아채 나를 제게로 끌어당겼다. 방심하다가 나는 그대로 그의 위로 엎어져버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서 얼른 일어나려는데, 이놈이 반대쪽 손으로 뒤통수를 감싸는 것이다. 아니, 아픈 애 아니었어? 어디서 이렇게 힘이 나는 거야?!

 

 

 

“그러게, 그 다음은 뭘까? 나도 궁금하군. 과색일지 아닐지 말이야. 네가 뭔지 봐 줘라.”

“타, 타카스기? 우리 일단 말로 할까? 이것 좀 놔 줄래? 부탁이니까 말야.”

“오늘 집에 갈 생각하지마라.” 



하지만 그는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먹히고, 그리고 이어서 따뜻한 감촉이 들어왔다.


마귀다. 마귀가 씐 거야. 그렇지 않고선 며칠 내내 앓던 애가 갑자기 이렇게 힘이 생길 리 없다고. 아무래도 오늘 문병을 오는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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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타카스기. 요 요구르트 맛이 참으로 좋구먼. 우째 이 맛난 것을 혼자만 먹고 있었던 겐가. 서운해지는데그려."

 

"타카스기, 이렇게 맛있는 것을 동료에게 나눠주지는 못할 망정, 몇 개 좀 먹었다고 그리 성을 내나."

 

"그래, 타카스기군. 욕심을 부리니까 키가 자라지 않는거라고."

 

셋은 손까지 흔들며 타카스기가 화를 참는 모습을 반겼다.

 



"네놈들..... 죽고싶어서 그러는거지."

 

타카스기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아, 그래. 여기 하나 남았는데 이거라도 줄까? 응?"

 

긴토키는 제 옆에 있던 요구르트 하나를 가리키며 빙긋 웃어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이, 타카스기의 인내를 끊어버린 듯 했다.

 



"긴토키, 네놈!!"

 

 

 

 

타카스기는 긴토키를, 그리고 카츠라와 사카모토를 죽이겠다 마음먹으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잽싸게 그를 피해 밖으로 나갔다. 매섭게 다가오는 타카스기를 피하려 셋은 이리저리 도망다녔다. 


대낮에 벌어진 추격전에 둔영은 소란스러워졌다. 안에서 쉬고 있던 병사들은 대장들의 모습에 놀라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네놈들, 죽여버릴테다! 그게 어떤 건지나 알고 먹은 것이냐!"

 

"어떤 것이긴. 그거잖아? 정력에 좋은거?"

 

"타카스기, 고작 먹을 것 가지고 이 난리를 벌이는 게 너무 우스꽝스럽지 않나? 이제 그만 쫓아오게!"

 

긴토키가 얄상궂게 웃으며 제가 먹던 요구르트를 흔들고, 카츠라가 그만 쫓아오라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에 타카스기는 눈이 뒤집힐 듯 했다.

 

 

 

 

"그런 게 아니다! 그건, 병사들과 함께 먹으라고 사다 놓은 것이란 말이다."

 



타카스기의 발언은 셋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뭐?"

 


"그말 그대로다. 병사들과 나눠먹자고 사다 둔 것이야. 그런데 네놈들이 다 먹어버린 것이다."

 

"엥? 타카스기, 무슨 소릴 하는 겐가? 대체 언제부터?"

 

"요구르트 사다 놨던 날 부터."

 

"잠깐만. 타카스기 네가? 나눠먹자고 한거야 지금? 고고한 도련님이라 혼자만 다 먹으려던 것 아니었어?"

 

"긴토키, 죽어라."

 

"아니, 그러면 저번엔 왜 그랬던 것인가? 그 병사 일 말이야."

 

"그래, 타카스기. 그 때 요구르트를 건드린 자를 아주 죽일듯이 대했다고 그러드만?"

 

셋은 타카스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후, 그 때는 말이야. 마시고 나서 제대로 치우질 않았잖아. 자신이 먹은 건 자신이 제대로 치워야지. 게다가 혼자 몰래 먹기까지했어. 나는 분명 다같이 먹으라고 둔 거다."

 

타카스기의 본심에 셋 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켜보던 병사들도 얼이 빠졌다.


"뭐..?"

 

"이봐, 타카스기... 그런 식으로 말하면 말이야,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고..."

 

가츠라와 긴토키가 한마디씩 던졌으나, 타카스기는 아무렴 어떠냐는 표정이었다.

 

 


  

"너희들, 요구르트를 먹을 때는 함께 먹어라. 그리고 먹은 것은 꼭 치우고. 알겠나?"

 

타카스기는 둔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명령했다. 아주 중요하고 절대 어기면 안 되는 것처럼.

 

 

 

 

 

--- WR. 고은 [요구르트 쟁탈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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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 쟁탈전(上)


WR.고은

 

 

 

 

구름은 유유히 떠다녔다. 숲 사이로 부는 바람은 상쾌했다. 태평하기 그지없는 정경이었다. 저 멀리 다른 행성에서 온 천인이 이곳을 보았다면 지금이 전쟁 중이라는 걸 상상이나 할까 싶을 정도였다. 

양이지사들 덕분이었다. 그들이 요 근래 천인들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자, 그 기세에 눌려 다른 적군들은 거의 숨다시피 후퇴해버린 것이다.

 

오늘도 조용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긴토키 네놈!!"

 

타카스기의 목소리였다.

 

 

 



시작은 사카모토였다. 타카스기와 긴토키, 가츠라와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은 그였다. 그래서 아직 둔영 내에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요구르트였다. 이 급박한 상황에 대체 누가 요구르트를, 그것도 이렇게 한 뭉치로 가져다 놓은 것일까. 심지어 매일매일 그 갯수가 줄지도 않는 것이었다. 사카모토는 목이 마르던 차에 잘됐다며 몇 개를 마셔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 요구르트에 손댈 수 없었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요구르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그것에 손이라도 댔다가는 어떤 꼴이 나게 되는지를. 


예전에 병사 중 한 명이 무심코 그 요구르트를 마시고, 먹은 흔적까지 남긴 적이 있었다. 그것을 타카스기가 알게 되었을 때, 둔영에서 그 누구 하나 찍소리 내지 못했다. 그 날 밤 가위에 눌렸다는 자도 있었다. 그 후로 거들떠도 안보던 요구르트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긴토키는 사카모토의 실수를 기회로 여겼다. 그렇게 끔찍이도 아끼는 그것이 몽땅 없어졌을 때 과연 타카스기는 어떻게 할까. 아니, 그것도 궁금하지만서도 혼자만 먹는 그 요구르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먹어보고 싶었다.

 

 

 


"긴토키, 또 둔영에 칼바람을 일으키고 싶은겐가? 적당히 해두는 게 좋을 걸세. 자네도 알잖나. 타카스기말이야."

 

"즈라, 그렇지만 그 요구르트에 무언가 좋은 게 들어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면 몸이 더 튼튼해진다던가, 힘이 세진다던가. 물론 낮에도 밤에도 그 때도 말이야."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다! 그, 그 때가 뭔가. 네놈의 그 요상한 말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그래도 말이야, 한 모금 마시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단 말이지. 저 고개 너머 살던 아카리 부인에게도 좋을 거라니까?"

 

"네놈! 아카리 부인이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어떻게 안단...!"

 

"자자, 그러니까 즈라. 어때, 좋은 생각이지?"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흠흠...흠...!!!"

 

 

 

결국 카츠라는 못이기는 척 긴토키를 따랐다. 카츠라를 매수한 긴토키는 곧바로 사카모토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에게 요구르트에 얽힌 정보를 건넸다. 사카모토는 그게 그렇게 좋은 것이었냐며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그들의 계획에 동참했다.

 

 

 

 

 

 

 며칠 뒤, 타카스기는 줄어든 요구르트 다발을 보고 의아해했다.

 

"어이, 코시로. 여기 있던 요구르트에 누가 손댔나?"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가. 알았다."

 

그는 옆에 있던 다른 병사들에게도 물었으나 결국 누가 손을 댔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이번엔 완전히 없어져 있었다. 그리고 타카스기는 그것을 봐버렸다.

 

"이거, 대체 어떤 자식이 가져간거냐. 나와라! 당장!"

 

타카스기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 때, 방문이 열렸고 요구르트가 보였다. 요구르트는 가츠라와 사카모토, 그리고 긴토키의 손에 들려있었다. 셋은 뻔뻔한 표정으로 타카스기를 바라보았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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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일어서 있었던 그와 부딪혀버렸다. 게다가 둘 다 순간 방어하지 못한 탓에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눈을 뜨니 즈라가 위에 있었다.

 

“즈라, 머릴 잘라준 보답 치고는 격한데.”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닐세. 절대!”

“흐음.”

“왜, 왜 웃는 겐가!”

 

당황하는 그의 눈을 보자니, 또 위에서 흘러내리는 그의 머리카락이 내 볼을 간질이자니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은근히 붉어지는 그의 뺨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서도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그가 너무나 귀엽다.


그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손을 들어 그의 눈을, 뺨을 천천히 훑어 내렸다. 그리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면서 쓸어내리려는데 아까 그가 했던 말이 걸려 손이 내려오질 않는다.

 



“즈라, 짧은 머리는 싫어? …그 때, 싫었나?”

“응? 아니, 벼, 별로. 신경 쓰였어, 계속?”

“조금. 또 짧아졌으면 그 땐 네가 먼저 날…”

 

 

말하려는 그 입 다물라는 듯, 그가 내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들어오는 그의 감촉. 


그래, 네 발로 내게 다가와 주었으니, 네가 먼저 널 내게 맡겼으니 된 거다. 네가 이렇게 옆에 있으니 난 이제 아무 말도, 널 또 잃을 걱정 따위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다.

 

 

“하, 즈라. 이것도 좋은데,”

“응?”

“이게 더 좋다.”

 

 

입술을 떼고 그에게 시선을 맞추니, 조금 풀어진 눈으로 마주한다. 그게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어서, 품에 안듯 그를 감싸 안아 그대로 바닥에 눕혔다.

 

 

“타카스기….”

“응,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왜 불렀어.”

“으응. 고맙다고, 머리 잘라줘서….”

“…얼굴, 붉어졌다.”

 

 

뭐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감추려 하는 그의 고개를 살며시 잡고 입을 맞춘다. 

고맙긴, 나야 말로.





---WR. 고은 [시간의 공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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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공백(上)

WR. 고은

 

 

 

 

“타카스기, 머리 좀 잘라주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조금 관리하기 힘들어졌거든, 요즘. 자꾸 엉키고 여기저기 걸리기도 하고.”

“흐음. 이리 와봐.”

 

갑자기 찾아와서는 가위를 들고 하는 소리가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늘 묶고 다니던 놈이 웬일로.



그가 내 곁을 지나 내 앞으로 와 앉는 사이, 주변 공기가 그의 향기에 젖어들었다. 언제 맡아도 좋은, 그립고도 설레는 향기.

그는 별다른 잔소리 없이 ‘아, 너무 짧게만 하지 말아주게.’ 하면서 가위를 건넨다.


 

“나한테 맡겨도 괜찮겠냐? 미리 말하는데 머리 자르는 거 처음이다.”

“괜찮다. 끝만 다듬어줘도 돼.”

 



순순히 제 뒷통수를 맡기는 걸 보면 나를 얼마나 믿는 걸까. 그것이 괜스레 안심되는 건 나도 그만큼 바보인걸까. 

빗질을 하는데 쓸어내리는 그 감촉이 좋다. 그래, 이것도 좋아했지. 여기에 파묻고 하루를 보내도 좋다 생각했었다.

 


 

“머리카락에 손을 댄 적은 거의 없지 않았나.”

“잘린 적은 있어도 직접 다듬겠다고 한 적은 없었지.”

“언제, 잘린 적이…. 아,”

“그래. 니조 그 자식 덕에 잘려봤지. 살인귀 니조라더니 변태 니조가 아니냐.”

“…”

“타카스기?”

 


 

서걱서걱, 머리 끄트머리를 자르면서 그의 머리가 짧았었던 때를 떠올렸다. 동시에 그 놈의 얼굴이 떠올랐다.

니조, 그 남자를 부린 것도 결국 나였지. 그 때 그런 식으로 또 다시 끔찍한 이별을 만들어 버린 것도 나였다.

 


 

“타카스기? 무슨 생각하나?”

“어? 아.”

“지난 일 아닌가. 이제 괘념치 말게. 머리카락이야 계속 자라지 않는가. 그 때 이후로 이만큼 자라서 나는 자네한테 온 것이고.”


“누가 그렇대냐. 그냥 이 부분에서 어떻게 자르면 되나 고민했을 뿐이야.”

“말 돌리기는.”

 


한 때 그 예쁜 머리카락을 잘리게 한 내게, 이제는 길어졌으니 손질해달라는 너도, 나도 참 우습다. 목선을 드러냈던 머리칼이 허리 끝에 오기까지 우린 얼마나 많이 갈라지고 엇갈렸을까.

 

 

 

“다 되었는가?”

“으응. 이 정도면 대충.”

“대충이라니, 마음을 담았어야지. 그 때처럼 또 짧아졌으면 어쩔 건가?”

“…”

“호오,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뒤에서 움직이던 손이 멈추자 즈라는 근처에 있던 거울로 엉덩걸음을 쳤다. 요리조리 거울을 보더니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났다. 


하지만 이 웃는 낯을 녀석에겐 보이기 싫어, 얼른 고개를 내리고 흩어진 머리카락들을 쓸어 모았다. 그것들을 가위와 함께 옆으로 치워두려는데.

 

 

“어? 어어?”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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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던 애가 전혀 몰랐던 사이에 여자친구와 다정한 셀카를 찍어 올렸다.

 

 

 

 

WR. 고은

 

 

 

 

[오늘부터... 우리는♡]

 

 

“이것 좀 보게, 긴토키.”

“뭘.”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내가 타카스기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 말이야. 근데 이게 대체 무엇인가!”

“뭐긴, 그거네 그거. 우리 오늘부터 사귑니다~ 잘 봐주세요~ 특히 너, 이걸 보고 있는 너. 우리 잘 어울리죠?”

“대체 어느 순간부터? 어디서? 어떻게? 왜 만나는 거야? 왜 타카스기 군, 나한테 아무런 말도 없었지? 왜 나는 하나도 몰랐던 거야? 이 여자애 누구야? 긴짱 알고 있어? 타카스기 군, 이제 나 같은 건 거들떠도 안 보겠다는 거야?”

“내가 알겠냐! 왜 갑자기 사춘기 여고생 모드?”

“이제 어쩌면 좋지? 히잉….”

 

 


카츠라는 잔뜩 죽은 얼굴을 테이블 위로 떨구어버렸다. 그것도 잠시, 고개를 들어 또 핸드폰을 켰다. 턱은 테이블에 그대로 박아둔 채 계속 핸드폰 화면만 쳐다보는 것이었다. 화면에는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오~ 드디어’, ‘ㅊㅊ’, ‘잘 어울린다!’ 따위의 댓글들이 가득했다. 이 패턴이 반복되기를 십 여분 째. 카츠라는 이제 원망 섞인 목소리였다.

 


 

“타카스기 자식, 언제부터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거야? 왜 너도나도 다 축하해 주는 거냐고!! 절대로 용서 못해. 축하 따위 절대 못한다고!!!”

“‘군’에서 언제 ‘자식’으로 바뀌었대. 대체 네가 용서 못하면 어쩔 건데. 애초에, 타카스기 얘가 너한테 관심이라도 줬냐? 관계 발전의 건더기라고는 전-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있, 있었…. 있었을지도 몰라!! 있었는데 지금 기억이 안 날 뿐이야. 있었지 않았을까?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있어. 있어야해. 있어줘라. 있니? 있…”

 

 

 

과거회상에 갇혀버린 카츠라의 모습에 긴토키는 웃음이 났다.

“안쓰러워서 못 봐주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포기해.”

“포기라니!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직접 물어보기라도 할 거야?”

“으으. 조, 좋아. 직접 물어볼 거야. 이 귀로 똑똑히 들을 거라고. 긴토키,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제대로 대답 듣고 올 테니까.”

“흐응, 그러시던지. 근데 말야. 네가 원하는 대답 못 듣고 오면, 이번엔 내가 물어볼 거다, 너한테.”

 

 

 

카츠라는 긴토키에게 두 눈 도장을 쾅 찍고서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긴토키가 했던 말을 듣고는 나간 건지, 확인할 새도 없이 자리를 떴다. 뭐가 그렇게 급하기에 달려나가는 거야.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 그는 중얼거렸다. 


긴토키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카츠라를 좇았다. 아니, 만날 때부터 봤던 그를 시선 한번 거두지 않고 계속 좇았다. 오자마자 시켰던 딸기 파르페가 처음 그대로 녹아가고 있었던 것도 모를 만큼 중요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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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

[긴츠라] 수박 사 주세요.

2016. 6. 19. 23:25 from 은혼

 

 

 

 

수박 사 주세요.

즈라른 전력 60분 연성

WR.고은

 

 

 

 

 “긴토키, 수박 먹고 싶다.”

 “어.”

 “시원한 수박 먹고 싶어.”

 “응.”

 “수박 먹고 싶어.”

 “어.”

 “수, 박.”

 “으아아아악! 저리 떨어져!”

 카츠라가 희번뜩해진 눈으로 긴토키에게 매달리자 긴토키는 질색을 하며 카츠라의 팔을 떼어놓았다.

 “더워…. 긴토키, 수박.”

 

 

 

 가만히 있기만 해도 온 구멍에서 땀이 나오는 날씨였다. 내리쬐는 햇빛에 살갗은 타들어갈 것 같았다. 바람이라도 차게 불면 좋으련만, 아니면 차라리 불지나 말지. 야속하게 그것마저 뜨거운 온도를 실어 날랐다.


 카츠라는 내내 부동자세를 유지했었다. 그렇게 있으면 시원해질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그 옆에서 긴토키는 퍼질러 누워있었다. 손가락조차 까딱하기 싫은 표정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더위는 누그러들 기세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고갤 돌려보니 카츠라는 이미 눈이 풀려 있었다. 그러면서 수박타령을 하는 것이었다. 수박귀신이 들린 것 마냥 징징대는 소리에 긴토키는 이제 귀에 수박이 자라날 판이었다.

 

 

 “그렇게도 먹고 싶으면 니가 사와!”

 “그렇지만, 응? 밖은 덥기도 하고, 이대로 나가면 곧바로 증발해버릴 것 같고, 그도 아니면 아스팔트 위에 구워진 고기마냥 될 것 같단 말일세. 그런데도 날 내보낼 셈인건가? 아, 나 같은 거, 귀찮구나. 더운 날 고작 그 수박 하나가 뭐 그리 어렵다고 나를 사지로 내몰려는 거지? 알겠어. 갈게. 이 문 밖을 나서서 그대로 황천길로 가면 되는 거지? 하아.”

 카츠라는 퀭한 눈을 더욱 크게 뜨며 긴토키를 쳐다보았다. 긴토키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카츠라를 내려다보았다.



 “황천길 같은 소리. 안 그래도 더운데 귀찮게 시리. 간다, 가. 너도 따라 와.”

 “에? 나? 왜 나? 싫은데요. 저는 죽고 싶지 않은데요. 긴토키씨가 갔다 오는 거 아니었습니까?”



 카츠라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며 그대로 드러누워버렸다. 자긴 절대 밖으로 안 나가겠다는 심보였다. 눈이 뒤집혔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긴토키가 그랬다. 실성한 건지 이성이 날아가버린 건지 아니면 굉장히 화라도 난 건지, 어찌 되었든 카츠라는 제가 실수했다는 걸 구구절절 느꼈다. 긴토키는 카츠라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는 카츠라를 똑바로 내려다보았다.




 “아아, 그렇단 말이지.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내 짜증 다 받아주겠단 얘기지? 더위를 먹어도 단단히 먹었구나. 그렇지, 이열치열 알지? 실내 온도랑 체내 온도 똑같게 해줘? 더위 먹고 하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랴? 어? 이런저런 것들 다 감당 할 수 있단 거지? 평소하고 전혀 다른 자세로 임하겠다는 거잖아, 지금 얘기?”

 

 

 카츠라는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 날이 더우니까 나는 땀이겠지? 그럴 거야. 그렇지 않을까? 카츠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에게서 빠져나오려고 아등거렸다. 그놈 참, 힘은 또 왜 그렇게 센지. 미동도 없었다.



 “저, 저기 긴토키. 그런 말은 아니었는데…. 하하, 일단 진정하고 앉아서 얘기해볼까?”

 “진정? 하고 싶지 않으시다는 얘기겠죠? 네, 원하신다면야 지금 당장이라도.”

 “기, 긴토키!”

 

.

.

.


 “긴토키, 이따가는 꼭 사주는 거지?”

 “으이구, 수박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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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후글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