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은입니다.

제가 트위터에서는 망나니같이 노는데... 이렇게 개인 블로그에다 글 쓰려니까 진지하게 굴게 되네요. 그게 어색하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합니다.

이렇게 따로 글을 쓰게 된 건, 제목에 쓴 이야기 때문인데요.

블로그 방문자 수가 1000명이 넘었대요...


제가 이 블로그를 열었던 게 올해 2월.. 3월? 아마 2월이었을 거에요.

사실 그 전에도 몇번 블로그를 개설했었습니다.

티스토리에서, 네이버에서, 다음에서 블로그를 열고 그 때도 지금처럼 글을 썼었죠.

그런데 처음 의욕과는 다르게 블로그 관리에 점점 소홀해졌어요.

글이나 잘 쓰면 모를까, 수준 너무너무 낮아서,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어요. 

몇 개 글도 없는 블로그인데, 그것들마저 유치하고 알 수 없는 소리만 해댔으니... 아무도 찾지 않는 건 당연했죠.


그리고 그건 이 블로그를 처음 개설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많이 와주시더니, 이만큼이나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기록적인 수치고, 감격적인 흔적이에요.


가장 많이 방문하셨던 날, 제가 얼마나 울컥했는지 몰라요.

그 즈음이, 다시 또 방황하던 때였거든요.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뭐하러 올려야하는걸까. 나 혼자만 볼 거라면 차라리 안 쓰는 게 나한테 더 편하지 않을까.

그런데 방문자 수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는데 정말로 놀랐고 감동받았습니다.

나 혼자만이 아니었구나. 그동안 나도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여길 찾아주셨구나. 내 글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나 많이 읽히고 있구나.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실런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정말로 기뻤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글 쓰길 잘했다, 앞으로도 계속 쓰고싶다. 다시 이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혼자서도 글을 쓸 수는 있습니다. 내가 내 글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만 만족해도 그만일 수 있어요.

한 때는 그 생각으로 버틴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글 쓰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글에 몰입해서 그 상황을 느끼고, 감정을 느끼며 글 속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미 그 바램은 이루어졌습니다. 저만 몰랐던 거에요.


혼자가 아니란 생각에, 저는 오늘 정말 행복합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모든 사람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유쾌한 이야기, 혹은 즐거운 이야기, 읽고 난 후에도 또 생각이 나는, 뒷이야기가 궁금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이거 꼭 연예*중계 인터뷰같은 마무리네요. 흠..

아무튼 오늘도 좋은 하루되시고 여러분 사ㄹ.. 좋아합니다♥


'공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금 이상 글 비밀번호 안내  (0) 2017.01.21
소개글  (0) 2016.02.21
Posted by 은후글쓴다 :

 

 

 

 

7월에 목도리를 매는 사람

은혼 심야 전력 60분 연성

WR. 고

 

 

 

 

 이른 저녁이었다. 히지카타는 오키타의 방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뭡니까, 히지카타씨.”

 

 

문이 닫혀있었음에도 제 기척을 느꼈는지, 너머에서 오키타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고, 휴가다.”

“에? 뭡니까, 갑자기.”

“나도 모른다. 곤도 씨가 내려준 거야.”

“헤에, 근데 왜 그걸 히지카타씨가 전해줍니까?”

“밖에 나갔어. 에도의 치안을 지킨다면서 말이야. 뭐, 보나마자 그 여자네 집으로 갔겠지만. 아무튼, 딱히 할 거 없으면 부슈에라도 갔다 오던가.”

“부슈?”

“너, 살던 곳은 정리해둬야 할 거 아냐. 이제 돌볼 사람도 없으니까. 간다.”

 

 

히지카타가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도 오키타는 꿈쩍하지 않았다. 부슈라는 말에 멍해진 것 같았다.

 

 

 

그 날, 오키타는 자는 내내 뒤척였다. 히지카타를 몇 구 째 베어내도 잠이 오질 않아서, 결국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슈라니, 사람 잠도 못 자게 말이지. 역시 히지카타 죽어.”

 

 

그는 방을 정리하고 조심스레 둔영을 나왔다. 온 풍경이 어슴푸레한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문을 힐끗 돌아보더니 발걸음을 역으로 옮겼다.

 


 

부슈까지 가는데 이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천인들이 가져온 문명 덕일 터였다. 그는 기차역 내를 돌아보았다. 곧, 그가 타는 기차가 들어온다는 안내음이 들렸다. 그는 시선을 거두고 탈 곳으로 향했다.


기차가 달리는 사이, 바깥은 점점 환해졌다. 그의 마음처럼 밝아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그리운 풍경들이 지나갔다. 내릴 역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그가 내린 역은 막 에도로 떠날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곳까지 변해버렸나. 그는 짧게 혀를 차고는 발을 떼었다.

 

 

그것도 잠시, 그가 살던 집으로 향할수록 밭이며 개울이며 옛 정취들이 그를 맞이했다. 역시 시골은 시골인가, 아직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걸 보니. 그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침을 맞이하는 새소리가 그의 머리 위로 울렸다. 햇살은 따뜻하게 그가 가는 길을 비추었다. 이 익숙하고도 그리운 느낌에 그는 가슴이 뛰었다. 곧 있으면 나올 텐데. 


그가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그가 보고싶어했던 형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가려진 나무들 틈 사이로, 그가 누이와 함께 지냈던 그 집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 때의 시간들이, 이제 코 앞에 있었다.

 

 

마당부터 마루, 지붕, 울타리. 그 어느 하나 변한 것이 없었다. 누님께서 그동안 잘 가꿔오셨구나. 

그는 앞마당을 한 바퀴 돌아보다가 뒷마당도 가보고, 고갤 숙여 마룻바닥 밑도 한번 보면서 몇 년만에 만난 제 집에게 인사했다.

 

방 안으로 들어선 그는 크게 집 안을 돌아보았다. 여기도 곳곳이 누이의 손길로 가득했다. 이곳에 아무도 살지 않게 된 지 한참이나 지났을 텐데도 여전히 정갈하고 따뜻했다. 그것은 그의 누이의 성격과도 퍽 닮아서, 그는 자꾸만 미츠바를 생각했다.

 

제 방도 자신이 떠날 적 그대로였다. 지난 날 이리저리 널부러진 옷가지들 틈으로 놀던 제 모습이, 별 것 아닌 걸로 떼를 쓰던 제 모습이 그의 눈에 선하게 보였다. 그 시절이 떠올라 그는 괜스레 웃음이 지어졌다.

 

 

방안을 둘러보던 그는 서랍 위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못 보던 것이었다. 흰 편지 봉투와, 빨간 목도리였다. 가까이서 보니, 그 위에 먼지가 조금 쌓여 있었다. 둔지 꽤 된 모양이었다. 그는 그 앞에 앉아 편지 봉투를 집어들었다

'오키타 소고에게, 미츠바가.'

 누이의 글씨였다. 오랜만에 보는. 정말 보고싶었던 누이의, 흔적.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였다. 그런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찢어지지 않게 봉투를 뜯었다.

 

.

.

편지엔 온통 그에 대한 안부와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그가 없는 곳에서도 미츠바는 늘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도 생일 축하한다며, 직접 찾아가 축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누님이 미안할 게 뭐가 있다고. 더 죄송한 건, 저라구요….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글자가 지워지는데.”

 

톡, 톡.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옅게 퍼졌다. 글자 위에도, 그의 얼굴 위에도 눈물투성이였다. 그는 손등으로 눈가를 마구 닦으며 편지를 서랍 위에 고이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빨간 목도리를 제 품에 꼭 안으며 얼굴을 묻었다.

 

 

 

누님, 내 생일은 7월인데, 목도리가 뭐에요. 이 날씨에 목도릴 했다가는 엄청나게 땀을 흘릴 거라구요. 이 날씨에 목도릴 했다가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만큼 얼굴이 망가진다구요. 이 날씨에 목도릴 했다가는, 내가 이렇게 울어버리고 만다구요. 이렇게 받기만 해서. 내가 이렇게 행복해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구요. 그런데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내가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요. 고마워요, 누님.






---

7월 8일 오키타 소고 생일 축하해.

Posted by 은후글쓴다 :

[히지긴] want, want you.

2016. 6. 29. 22:57 from 은혼

 

 

 

 

want, want you.

긴수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어이, 배고파.”

“어쭈, 말이 짧아졌다? 다시 유아기로 돌아갈 셈이냐?”

“배고프다구.”

“그래서 뭐.”

“…칫. 나빠.”

 

그는 내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그러자 엉덩이에 달린 새하얀 꼬리가 보였다. 그 털뭉치는 마치 날 유혹하듯 살랑였다. 어디서 또 끼를 부릴려고. 삐친 척 하는 거 다 안다고. 너한테 내가 또 넘어갈 것 같냐!

 

 

“뭐 먹고 싶은데?”

 

 

안 넘어 갈 리가 없지. 이 쪼그만 녀석은 날 너무 잘 안다.

 

 

긴토키와 만난 건 몇 년 전이었다. 웬 아이가 집 앞에 쪼그려있길래 길을 잃었겠거니 싶어 경찰서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한 발자국도 떼지 않는 것이다. 어디서 왔냐, 부모님은 누구냐 물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딱 한 번, “긴토키.” 라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을 때 말고는. 결국 그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기까지 알게 된 건 그의 이름과, 정체 모를 새하얀 꼬리와 귀였다.

 

 

꼬리와 귀라니. 세상에, 지금이 어느 시댄데 요괴 같은 게 있을까. 그런 허구 같은 게. 있었다. 여기, 눈앞에. 처음엔 강아지 털을 잔뜩 달고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누가 장난삼아 붙여놓은 것이라던가. 그래서 떼어내려고 털어도 보고 잡아당겨도 봤다. 하지만 떨어지기는 커녕 아이가 아픔과 공포에 질려 울어버리는 것이었다. 나중에 책을 찾아보니 ‘케모코’라고, 짐승인 아이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반인반수잖아?

 

 

“히지카타.”

“뭐?”

“히- 지카타. 먹고 싶어.”

 

 

틀림없다. 녀석은 구미다. 구미와 인간이 섞인 거다. 그게 아니고선 대체 어떻게, 저렇게도 능숙하게 사람을 홀릴 수 있는 거야.

 

 

“너, 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

“히지카타가 알려줬잖아. ‘-싶냐’고 물을 떈 네가 원하는 걸 말하면 된다고.”

“그래도 그렇지, 히지카타는 먹는 게 아니야. 난 사람이라고.”

“사람은 먹으면 안 돼?”

“안 돼.”

“그럼 히지카타는 먹으면 안 돼?”

“절대 안 돼.”

 

 

단호하게 표정을 짓자, 그가 샐쭉 입을 내민다. 그러더니 그 예쁜 눈에 금방 눈물이 고이는 것이다. 아, 이런. 너무 심하게 말했나.

 

 

“후, 이리 와.”

 


그를 향해 양 팔을 벌렸다. 그러자 폭 뛰어와 안긴다. 이제는 제법 몸집이 커져서 한 손으로 안기엔 손이 부족했다. 다른 손으로 그의 등을 받쳐 안으니, 긴토키는 제 얼굴을 내게 묻으며 파고들었다. 그 탓에 그의 귀가 내 턱끝을 간질였다.

 

“이게 좋아. 이거 먹고 싶어.”

“이건 먹는 게 아니야. 이러고 싶을 땐, 안고 싶다고 하면 돼.”

“안고 싶어?”

“그래.”

“안고 싶어. 하지카타.”

 

 

그 말과 동시에 나를 더 꽉 안는 게 느껴졌다. 팔 힘이 세 봐야 얼마나 세겠느냐마는.

 

 

“너, 솔직히 말해봐.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안 배웠어. 히지카타가 맨날 보는 거에서 이렇게 하던걸?”

“뭐? 내가 뭘 봤다고!”

“음, 살구색이 가득하고 신음소리가 나는”

“아아! 아니야. 전혀 없다고.”

“헤에, 그래?”

“그래.”

 

 

녀석이 또 꼬리를 살랑였다. 마치 먹고 싶었던 사탕을 받은 아이처럼, 행복하다는 듯이. 그러면 나는 그를 더 품에 끌어안는다. 마치 먹고 싶었던 사탕을 받은 아이처럼, 소중하다는 듯이.






---

Posted by 은후글쓴다 :

[타카츠라] 울어도 돼.

2016. 6. 26. 23:18 from 은혼

 

 

 

 

울어도 돼.

즈라른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캄캄한 밤 아래, 향락의 불빛으로 물든 이 곳. 하하호호 웃는 소리와 술에 취해 떠드는 소리, 가끔 만취객들이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즈라코, 손님 들어가신다.”

“네.”

 

 

나는 화장을 조금 고치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매일매일 사람만 바뀌는 지겨운 일상. 또 누가 들어오려나.

 

 

잠시 뒤,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말을 걸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한다는 규칙에 따라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방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조용했다.

 

 

그 적막이 이어지길 몇 분 째. 고갤 들어야하나 망설이던 순간이었다.

툭.

큰 꾸러미 하나가 눈 앞에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곁눈질로 확인했다.

 

 

“내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끝까지 그 자세로 있을 참이군.”

 

 

낮게 깔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귀에 울리고 심장을 울린다. 아, 그 사람이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유녀 즈라코입니다.”

“고개 들어. 누군지 확인 정도는 해도 된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타카스기님.”

 

 

한 발짝, 한 발짝. 그가 내게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조용히 그의 발끝을 응시했다. 그는 내 옆으로 와 앉았다. 그가 늘 피는 담배 향에 심장이 들뜬 듯 마구 뛰었다.

 

 

“생일 축하한다. 저건, 선물.”

 

 

낯선 단어에 신경이 돋았다. 생일.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부터 생일 같은 건 챙겨본 적이 없었다. 챙겨주는 이도 없었고, 나 또한 챙길 만큼 여유가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던 걸까. 나조차도 잊어버렸던 내 생일인데.

 

 

고갤 들어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또, 그 웃음. 내가 당신께 빠져버렸던 그 웃음을 또 짓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 웃음에 화답하며 그가 준 선물을 풀어보았다. 기모노였다.

 

 

“직접…. 직접 고르신 것이십니까?”

 

 

내 물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날 위해서. 이걸 고를 때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그 시간동안 얼마나 나를 생각했을까. 내 키, 체형, 취향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딱 내게 맞는다. 대체 얼마나 나를 위했던 것일까. 아아,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느냐?”

“아닙니다.”

“즈라.”

“즈라가 아닙니다, 즈라코”

 

 

그의 손길이 내 눈가에 닿았다. 그리고 눈물을 훔쳐주었다. 그 따뜻하고도 다정한 손길이 그리워, 그만 눈물을 쏟아버렸다. 그의 모습이 잠시 흐릿해졌다가, 이내 캄캄해졌다. 그는 나를 껴안으며 머리를, 또 등을 토닥였다.

 

 

“울거라.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

“타카스기님, 감사…. 감사합니다. 선물도, 축하도. 제게 와 주신 것도.”

 

 

 

 

그의 심장소리가 따뜻하게 들린다. 그의 목소리가 나를 감싼다. 그의 단단한 품이 나를 꼭 끌어안는다. 그의 시선은 오롯이 나만을 향한다. 아아,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으리라.






--- 즈라, 생일 축하해!

Posted by 은후글쓴다 :

.

.

.

.

“뭔데.”

 

 

 

히지카타 자식, 네놈은 절대 날 못 죽여. 그렇게 멍청하게 속아 넘어가니까. 넌 절대 내 말 못 어겨. 지금도 봐. 내 말에 순진하게 대답하고 있잖아.

 

 

 

“내가 좋다고 말해 봐요.”

“정신이 어떻게 된 거냐?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농담이 나와?”

“농담 아닌데. 내가 좋다고 말해요.”

“장난 칠 시간 없어. 설령 그게 진심으로 하는 부탁이어도 절대 말 안 해.”

“에? 왜요? 히지카타씨는 내가 싫어요?”

“닥치고 빨리 풀어.”

“…하여튼, 맨 정신으론 도저히 말을 안 듣는다니까. 뭐, 알겠어요.”

 

 

 

나는 돌아서서 물병이 있는 선반으로 갔다. 물병은 어제 그에게 준 것과 똑같은 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컵에 따르고서는 무릎을 꿇은 그의 앞에 갖다 두었다. 의도치 않게 탁, 하고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제가 싫으시다니까 손도 못 대겠네요. 저는 먼저 가 볼 테니까 알아서 풀고 나오세요. 목이라도 마르시면 거기 물이라도 드시던가요. 그럼, 이만.”

 

 

 

등 뒤로 히지카타가 소리치는 게 들린다. 어마어마하게 욕하는 소리도 들린다. 알 게 뭐야. 내가 부탁한 건 영상을 끄는 것만큼이나 간단했다고. 

네놈이 순순히 안할 줄은 알았지만 어디 한번 알아서 나와 봐라. 나오지도 못할 거면서.

내 도움 없이는 절대 못 나와. 그 족쇄에서도, 나에게서도.






--- WR. 고은 [부탁할 때는 예의와 진심을 담아] 끝.

Posted by 은후글쓴다 :

 

 

 

 

부탁할 때는 예의와 진심을 담아 (上)

히지른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히지카타씨.”

“…”

“히지카타씨.”

“으으….”

“히지카타씨.”

“응….”

 

 

 

그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한참이나 깨어나질 않아서 조금 불안했다. 이대로 죽어버리면 아깝다고, 히지카타씨.

 

 

 

“이제 정신이 들어요?”

“소고,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뭘요?”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고. 왜 내가 이 꼴이 되었는지, 그리고 넌 왜 가만히 있는지 설명해.”

“아, 전혀 기억 안 나시나 봐요? 히지카타씨가 해달라고 했잖아요? 뭐가 그렇게 주문이 많은지, 힘들었다구요.”

“거짓말 하지 마라. 이건 장난이 심하잖아. 어서 풀어줘.”

“진짜에요. 보실래요?”

 

 

 

나는 어제 찍어 둔 영상을 틀었다. 역시 야해. 언제 봐도 자극적인 남자다.


봐,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자기가 스스로 만든 꼴이다. 난 단지, 어젯밤 목이 마르다며 물 한 잔 좀 가져와 달라고 하기에 가져다주었을 뿐이다. 

거기에 뭘 넣었는지 의심조차 안하고 벌컥벌컥 마시니까 이렇게 되지, 바보 히지카타야.

 

그는 제 모습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는지, 혹은 그 음란한 소리에 창피해져서인지 이제 됐다며 꺼달라고 했다.

 

 

 

“이런, 히지카타씨. 저한테 명령하시는 거예요? 당신 그거, 풀어줄 사람은 지금 여기엔 나 밖에 없다구요. 좀 더 공손해져 봐요.”

“너 이 자식.”

“그렇게 죽일 듯 노려보지 마요. 나는 당신이 날 좋아해주는 저 모습 때문에 얼마나 기뻤는데요. 자, 부탁하는 사람처럼 그 알량한 머릴 조아려요.”

 

 

“…저것 좀 꺼주세요.”

“네? 잘 안 들리는데요?”

“오키타씨, 저…. 저 영상을 꺼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가 입술을 꼭 깨물며 말했다. 피가 날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머릴 수그렸다.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뭐.

 

 

 

“좋아요. 그렇게 하는 거예요. 어제는 잘 하더니.”

“너, 이거 풀면 죽을 줄 알아.”

“글쎄, 혼자선 못 풀 텐데. 이번엔 내가 부탁 하나 할까요? 들어주면 푸는 거, 생각해볼게요.”

“뭔데.”





--- 다음편에 계속.

Posted by 은후글쓴다 :

[타카긴] 지나칠 과(過)

2016. 6. 25. 22:53 from 은혼

 

 

 

 

지나칠 과(過)

긴수 전력 60분 연성

WR. 고은

 

 

 

 

*일본어로 언어유희가 들어가 있습니다.

• 過ぎる(스기루): 지나다, (수준, 정도를) 지나치다.

*과색(過色): 성교를 지나치게 함.

 

 

 

 

타카스기가 배탈이 났다.

 

 

“뭘 그렇게 많이 먹은 거야? 귀병대엔 먹을 게 넘쳐나나 보지?”

“조용히 해라. 안 그래도 쑤신다고.”

“너 말이야, 숙취 풀린 지 얼마나 됐더라? 어제까진 배 아프다면서, 속 울렁거린다면서 먹는 족족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죽여버린다. 그만 해.”

 


 

 

이번에 타카스기는 진심으로 짜증을 내는 것 같았다. 


일부러 신경을 긁는 소릴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파.] 이 연락 하나에 달려왔더니, 배탈이라고 하는데, 그게 과식 때문이란다. 주체도 못할 정도로 들이 마시다가 죽을 듯 토하는 것까지 내가 다 봤는데 이번엔 과식 때문에 아프시단다. 하여튼, 여기저기 관심을 끊을 수가 없는 놈이다.

 

 


“흥, 일주일 내내 몸져누운 사람 말 하나도 안 무섭거든요. 뭐, 죽일 거면 죽여 보시던가. 타카스기는 키 빼고 다 정도가 과하네. 키는 타카(高)스기(過)하지 않지만 술(飮)도, 음식(食 )도 스기(過) 하신 타입이시구나? 그 다음은 뭘 또 하시려나? *과색(過色)?

“너, 말실수한 줄 알아라.”

“에? 어어?”

 

 


어디 병자 신세이면서 협박질인지. 속 좀 풀리라고 손 주물러주는 것이나 잠자코 받고 있으면 덜 밉겠는데 꼭 그렇게 매서운 눈을 한다. 


그런데 정말로 말을 잘못한 것 같다. 타카스기는 마사지를 받던 손을 빼더니 어느 새 내 손을 낚아채 나를 제게로 끌어당겼다. 방심하다가 나는 그대로 그의 위로 엎어져버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서 얼른 일어나려는데, 이놈이 반대쪽 손으로 뒤통수를 감싸는 것이다. 아니, 아픈 애 아니었어? 어디서 이렇게 힘이 나는 거야?!

 

 

 

“그러게, 그 다음은 뭘까? 나도 궁금하군. 과색일지 아닐지 말이야. 네가 뭔지 봐 줘라.”

“타, 타카스기? 우리 일단 말로 할까? 이것 좀 놔 줄래? 부탁이니까 말야.”

“오늘 집에 갈 생각하지마라.” 



하지만 그는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먹히고, 그리고 이어서 따뜻한 감촉이 들어왔다.


마귀다. 마귀가 씐 거야. 그렇지 않고선 며칠 내내 앓던 애가 갑자기 이렇게 힘이 생길 리 없다고. 아무래도 오늘 문병을 오는 게 아니었어.





---

Posted by 은후글쓴다 :


 

 

 

 

"여어, 타카스기. 요 요구르트 맛이 참으로 좋구먼. 우째 이 맛난 것을 혼자만 먹고 있었던 겐가. 서운해지는데그려."

 

"타카스기, 이렇게 맛있는 것을 동료에게 나눠주지는 못할 망정, 몇 개 좀 먹었다고 그리 성을 내나."

 

"그래, 타카스기군. 욕심을 부리니까 키가 자라지 않는거라고."

 

셋은 손까지 흔들며 타카스기가 화를 참는 모습을 반겼다.

 



"네놈들..... 죽고싶어서 그러는거지."

 

타카스기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아, 그래. 여기 하나 남았는데 이거라도 줄까? 응?"

 

긴토키는 제 옆에 있던 요구르트 하나를 가리키며 빙긋 웃어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이, 타카스기의 인내를 끊어버린 듯 했다.

 



"긴토키, 네놈!!"

 

 

 

 

타카스기는 긴토키를, 그리고 카츠라와 사카모토를 죽이겠다 마음먹으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잽싸게 그를 피해 밖으로 나갔다. 매섭게 다가오는 타카스기를 피하려 셋은 이리저리 도망다녔다. 


대낮에 벌어진 추격전에 둔영은 소란스러워졌다. 안에서 쉬고 있던 병사들은 대장들의 모습에 놀라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네놈들, 죽여버릴테다! 그게 어떤 건지나 알고 먹은 것이냐!"

 

"어떤 것이긴. 그거잖아? 정력에 좋은거?"

 

"타카스기, 고작 먹을 것 가지고 이 난리를 벌이는 게 너무 우스꽝스럽지 않나? 이제 그만 쫓아오게!"

 

긴토키가 얄상궂게 웃으며 제가 먹던 요구르트를 흔들고, 카츠라가 그만 쫓아오라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에 타카스기는 눈이 뒤집힐 듯 했다.

 

 

 

 

"그런 게 아니다! 그건, 병사들과 함께 먹으라고 사다 놓은 것이란 말이다."

 



타카스기의 발언은 셋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뭐?"

 


"그말 그대로다. 병사들과 나눠먹자고 사다 둔 것이야. 그런데 네놈들이 다 먹어버린 것이다."

 

"엥? 타카스기, 무슨 소릴 하는 겐가? 대체 언제부터?"

 

"요구르트 사다 놨던 날 부터."

 

"잠깐만. 타카스기 네가? 나눠먹자고 한거야 지금? 고고한 도련님이라 혼자만 다 먹으려던 것 아니었어?"

 

"긴토키, 죽어라."

 

"아니, 그러면 저번엔 왜 그랬던 것인가? 그 병사 일 말이야."

 

"그래, 타카스기. 그 때 요구르트를 건드린 자를 아주 죽일듯이 대했다고 그러드만?"

 

셋은 타카스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후, 그 때는 말이야. 마시고 나서 제대로 치우질 않았잖아. 자신이 먹은 건 자신이 제대로 치워야지. 게다가 혼자 몰래 먹기까지했어. 나는 분명 다같이 먹으라고 둔 거다."

 

타카스기의 본심에 셋 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켜보던 병사들도 얼이 빠졌다.


"뭐..?"

 

"이봐, 타카스기... 그런 식으로 말하면 말이야,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고..."

 

가츠라와 긴토키가 한마디씩 던졌으나, 타카스기는 아무렴 어떠냐는 표정이었다.

 

 


  

"너희들, 요구르트를 먹을 때는 함께 먹어라. 그리고 먹은 것은 꼭 치우고. 알겠나?"

 

타카스기는 둔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명령했다. 아주 중요하고 절대 어기면 안 되는 것처럼.

 

 

 

 

 

--- WR. 고은 [요구르트 쟁탈전] 끝.

Posted by 은후글쓴다 :





요구르트 쟁탈전(上)


WR.고은

 

 

 

 

구름은 유유히 떠다녔다. 숲 사이로 부는 바람은 상쾌했다. 태평하기 그지없는 정경이었다. 저 멀리 다른 행성에서 온 천인이 이곳을 보았다면 지금이 전쟁 중이라는 걸 상상이나 할까 싶을 정도였다. 

양이지사들 덕분이었다. 그들이 요 근래 천인들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자, 그 기세에 눌려 다른 적군들은 거의 숨다시피 후퇴해버린 것이다.

 

오늘도 조용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긴토키 네놈!!"

 

타카스기의 목소리였다.

 

 

 



시작은 사카모토였다. 타카스기와 긴토키, 가츠라와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은 그였다. 그래서 아직 둔영 내에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요구르트였다. 이 급박한 상황에 대체 누가 요구르트를, 그것도 이렇게 한 뭉치로 가져다 놓은 것일까. 심지어 매일매일 그 갯수가 줄지도 않는 것이었다. 사카모토는 목이 마르던 차에 잘됐다며 몇 개를 마셔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 요구르트에 손댈 수 없었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요구르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그것에 손이라도 댔다가는 어떤 꼴이 나게 되는지를. 


예전에 병사 중 한 명이 무심코 그 요구르트를 마시고, 먹은 흔적까지 남긴 적이 있었다. 그것을 타카스기가 알게 되었을 때, 둔영에서 그 누구 하나 찍소리 내지 못했다. 그 날 밤 가위에 눌렸다는 자도 있었다. 그 후로 거들떠도 안보던 요구르트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긴토키는 사카모토의 실수를 기회로 여겼다. 그렇게 끔찍이도 아끼는 그것이 몽땅 없어졌을 때 과연 타카스기는 어떻게 할까. 아니, 그것도 궁금하지만서도 혼자만 먹는 그 요구르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먹어보고 싶었다.

 

 

 


"긴토키, 또 둔영에 칼바람을 일으키고 싶은겐가? 적당히 해두는 게 좋을 걸세. 자네도 알잖나. 타카스기말이야."

 

"즈라, 그렇지만 그 요구르트에 무언가 좋은 게 들어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면 몸이 더 튼튼해진다던가, 힘이 세진다던가. 물론 낮에도 밤에도 그 때도 말이야."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다! 그, 그 때가 뭔가. 네놈의 그 요상한 말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그래도 말이야, 한 모금 마시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단 말이지. 저 고개 너머 살던 아카리 부인에게도 좋을 거라니까?"

 

"네놈! 아카리 부인이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어떻게 안단...!"

 

"자자, 그러니까 즈라. 어때, 좋은 생각이지?"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흠흠...흠...!!!"

 

 

 

결국 카츠라는 못이기는 척 긴토키를 따랐다. 카츠라를 매수한 긴토키는 곧바로 사카모토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에게 요구르트에 얽힌 정보를 건넸다. 사카모토는 그게 그렇게 좋은 것이었냐며 그거 좋은 생각이라고 그들의 계획에 동참했다.

 

 

 

 

 

 

 며칠 뒤, 타카스기는 줄어든 요구르트 다발을 보고 의아해했다.

 

"어이, 코시로. 여기 있던 요구르트에 누가 손댔나?"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가. 알았다."

 

그는 옆에 있던 다른 병사들에게도 물었으나 결국 누가 손을 댔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이번엔 완전히 없어져 있었다. 그리고 타카스기는 그것을 봐버렸다.

 

"이거, 대체 어떤 자식이 가져간거냐. 나와라! 당장!"

 

타카스기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 때, 방문이 열렸고 요구르트가 보였다. 요구르트는 가츠라와 사카모토, 그리고 긴토키의 손에 들려있었다. 셋은 뻔뻔한 표정으로 타카스기를 바라보았다.





--- 다음 편에 계속.

Posted by 은후글쓴다 :





어느 새 일어서 있었던 그와 부딪혀버렸다. 게다가 둘 다 순간 방어하지 못한 탓에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눈을 뜨니 즈라가 위에 있었다.

 

“즈라, 머릴 잘라준 보답 치고는 격한데.”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닐세. 절대!”

“흐음.”

“왜, 왜 웃는 겐가!”

 

당황하는 그의 눈을 보자니, 또 위에서 흘러내리는 그의 머리카락이 내 볼을 간질이자니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은근히 붉어지는 그의 뺨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서도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그가 너무나 귀엽다.


그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손을 들어 그의 눈을, 뺨을 천천히 훑어 내렸다. 그리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면서 쓸어내리려는데 아까 그가 했던 말이 걸려 손이 내려오질 않는다.

 



“즈라, 짧은 머리는 싫어? …그 때, 싫었나?”

“응? 아니, 벼, 별로. 신경 쓰였어, 계속?”

“조금. 또 짧아졌으면 그 땐 네가 먼저 날…”

 

 

말하려는 그 입 다물라는 듯, 그가 내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들어오는 그의 감촉. 


그래, 네 발로 내게 다가와 주었으니, 네가 먼저 널 내게 맡겼으니 된 거다. 네가 이렇게 옆에 있으니 난 이제 아무 말도, 널 또 잃을 걱정 따위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다.

 

 

“하, 즈라. 이것도 좋은데,”

“응?”

“이게 더 좋다.”

 

 

입술을 떼고 그에게 시선을 맞추니, 조금 풀어진 눈으로 마주한다. 그게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어서, 품에 안듯 그를 감싸 안아 그대로 바닥에 눕혔다.

 

 

“타카스기….”

“응,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왜 불렀어.”

“으응. 고맙다고, 머리 잘라줘서….”

“…얼굴, 붉어졌다.”

 

 

뭐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감추려 하는 그의 고개를 살며시 잡고 입을 맞춘다. 

고맙긴, 나야 말로.





---WR. 고은 [시간의 공백] 끝.


Posted by 은후글쓴다 :